‘응급실 통원비 팔지마’ 금감원 으름장에...보험사 “상품 제재 과하다”
수년 전 지급심사 강화...도덕적해이 가능성 낮아
“상품자율화에 반하는 행정, 지나친 제재는 시장 위축 가능성 키워”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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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9 16:48 | 최종 수정 2023.10.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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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으면 회당 5만원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감기 등 경증질환에 걸려도 응급실에서 진료,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을 확인하자 A씨는 응급실 이용 횟수를 늘렸다. 5년간 3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해당 보험사는 A씨를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향후 A씨 같은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해당 상품 판매 중단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간섭이 과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이미 지급심사를 강화해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가능성이 낮고, 가입자의 실질적인 이익도 많지 않아 보험사기 확률도 줄어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달부터 ‘응급실 내원 진료비 담보’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해당 담보를 판매한 일부 보험사에 판매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것.
하지만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이 같은 조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응급실 이용자의 경우 불가피한 상황에서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정말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의 권리가 크게 침해받는다는 것. 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판매 상품에 대해 과도하게 입김을 넣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응급실 내원 진료비 담보는 응급환자 또는 비응급환자라도 일부 질병이나 재해 등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진료받는 경우 소정의 진료비를 보장하는 담보다. 통상 회당 지급하며, 응급환자는 10만원 내외, 비응급환자는 2~5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금감원은 지난 2015년 기초서류 변경을 권고했다. 이를 통해 A씨처럼 비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개발하지 않도록 한 것. 만약 A씨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금을 이중 수령하게 된다. 즉 A씨는 병원에 갈수록 이득을 볼 수 있는 셈.
경증질환까지 응급실 통원비를 보장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부를 수 있다. 또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금감원이 기초서류 변경을 통해 판매 중단을 권고했던 상품을 최근 일부 보험사가 재출시해 도마에 오른 것. 이에 금감원은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5년 당시 통원비 지원 담보에 중복 가입한 뒤 부당 이득을 취하는 소비자가 급증해 문제가 됐다"면서 "이에 변경 권고를 통해 암 등 중대 질병에 대해서만 통원비를 지원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과거의 변경 권고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품 담당자와 보험사들 사이에서 변경 권고에 어긋난 상품들이 출시된 걸 발견했다"며 "이에 과거 조치했던 내용에 따라 판매 중단하도록 상기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는 물론 보험사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다.
한 보험설계사는 "그동안 의료비 사각지대라고 생각해서 고객을 응급실 내원 담보에 가입시켰지만 청구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소비자에 의한 도덕적 해이 사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다른 설계사도 "요즘은 응급실 영수증만으로는 보험금 청구가 안 되고 응급실 기록지까지 요구한다"면서 "소비자가 작심하고 보험금을 타려고 해도 타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보험사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과거 사례를 근거로 현재에도 일관되게 조치를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복수의 보험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응급실 내원 담보가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사례는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해당 담보를 판매 중단키로 하면서 오히려 한도 상향 등 절판 마케팅이 이뤄져 불완전 판매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법인보험대리점(GA) 임원도 "현재 과열 경쟁이나 도덕적 해이가 없는 상품에조차 도덕적 해이가 커질 것이라 예단해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상품 개발 자율화에 반하는 처사"라면서 "보험사기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나친 제재는 보험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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