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음주운전 말렸더니 날아온 부당해고 통지서...DB금융서비스의 ‘갑질’

야유회서 음주 후 운전 묵인...만류한 설계사는 '괘씸죄'

여지훈 승인 2023.07.18 07:35 | 최종 수정 2023.07.18 08:09 의견 0

DB금융서비스 대표이사의 갑질로 업계가 논란이다. 대표이사 탑승 차량 운전자의 음주 후 운행을 만류한 설계사가 사실상 부당 해촉(해고) 통보받은 것이 알려지면서다. 회사 경영자의 음주운전 불감증으로부터 촉발된 사건이기에 사측 대응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DB금융서비스는 DB손해보험의 손자회사다.

18일 뉴스포트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피재윤 DB금융서비스 대표는 지난 7일 회사 직할사업부 중 하나인 더리치본점 야유회에 참석했다. 행사에는 피 대표와, 더리치본부 본부장 B씨, 소속설계사 등 약 30명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DB금융서비스]

야유회에서는 점심 식사와 더불어 술잔이 오갔다. 문제가 된 사건은 야유회 막바지에 발생했다. 당시 피 대표와 함께 참석한 직원이 운전을 하려고 했던 것. 이들의 음주운전 사실을 인지한 A씨가 차 출발을 막아 섰다. 이때 본부장 B씨가 끼어들어 피 대표 측에 가세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음주측정을 했다. 하지만 기준치에는 미달, 훈방조치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사건이 있은 직후 A씨는 본부장 B씨로부터 사무실 짐을 정리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야유회에서 피 대표와의 사건 때문에 발생한 부당 강제 해촉으로 A씨는 해석한다.

A씨는 "음주운전은 보장 면책 사유에 해당하므로 보험 가입시 고객들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하고 같은 내용으로 내부 설계사 교육도 한다"면서 "회사 대표가 음주운전할 상황을 막은 것이 이런 처우(강제 해촉)를 받을 만큼 잘못된 일인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더리치본점 설계사의 단체 채팅방에서도 배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사무실 출입조차 거부됐다. 등록돼 있던 A씨의 지문이 삭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이직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현실적인 조언이다. 이 경우 과거 체결했던 계약에 대한 유지수당과 시책 등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되고 만다. 관리하던 계약들도 B씨나 다른 설계사로 담당자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술을 마시고 차량을 운행하려 했던 대표 등은 피해가 없다. 반면 음주운전을 만류한 A씨만 적지 않은 피해를 입는 셈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DB금융서비스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DB금융서비스 본사 관계자는 "경찰이 와서 음주 측정을 했지만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본부장 B씨도 감정이 격화하다 보니 홧김에 통보를 보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점 본부장 개인이 설계사 해촉 권한을 갖고 있진 않다"면서 "본사 역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설계사를 해촉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즉 공식적으론 A씨가 해촉된 게 아니니 얼마든지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이는 본부장 B씨로부터 업무에서 배제된 A씨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답변이다.

DB손보 관계자도 "DB금융서비스가 손자회사이긴 하지만 A씨와 B씨 모두 회사 직원이 아닌 GA 사용인(설계사) 신분"이라며 "DB손보와 관계 없는 개인들 간 발생한 문제를 회사 차원에서 간섭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DB금융서비스 본부장 B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해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해당 지점 유선 연락망도 현재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DB금융서비스 본사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연락을 받을지 말지 여부는 본부장 개인의 판단"이라며 "해당 건은 지점 본부장과 A씨가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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