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② "하자 있는 상품이 팔릴까요?" 10년째 재고...매각 가능성 낮아

M&A 전문가, 매각 위해선 "기업 가치 높이거나, 가격 더 낮춰야"

여지훈 승인 2023.07.07 06:00 | 최종 수정 2023.07.07 07:10 의견 0

◆기사 게재 순서

① '보험금 지급도 못할 수준'...경과조치 배제시 건전성 뚝!
② "하자 있는 상품이 팔릴까요?" 10년째 재고...매각 가능성 낮아
③ 건전성만 문제 아닌데...'KDB생명의 깨진 유리창'

한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전문가는 7일 뉴스포트와 통화에서 "기업가치는 수익이 날 때 제대로 평가된다"면서 "산업은행은 하자 있는(수익성 결여) 상품을 진열하고 손님(인수후보자)에게 고쳐 쓰라고 요구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판매자로서 기본적인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하자를 개선하지 않으면 인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매물로 나온 KDB생명이 10년째 인수후보자를 찾고 있는 이유는 가격 대비 현저히 낮은 기업가치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시각이다.

[사진=KDB생명보험]

◆체질 개선 없이 반복하는 '동족방료'

지난해 말 KDB생명의 납입자본금은 4743억원, 자본총계는 6078억원이었다. 결손금은 162억원이었다. 전년도 결손금 523억원보다는 줄었으나 추가 결손금 발생시 부분자본잠식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손금은 지속된 적자에 이익잉여금을 모두 소진하고도 부족한 금액을 말한다. 결손금이 지속되면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어지는 자본잠식에 처한다.

다만 올해 KDB생명은 고금리 환경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전환에 따른 수혜를 입었다. 지난해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중 보험계약자산(부채) 순금융이익이 1조9370억원 발생한 것.

이에 구회계제도(IFRS4) 아래에서 마이너스 3420억원을 기록했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조5950억원으로 반전했다. 회계제도 전환(IFRS4→17)만으로 발생한 결과였다. 자본총계도 2조4670억원까지 확대됐다.

실제 영업과는 무관한 결과였지만 사정을 모른다면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됐다는 오해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KDB생명으로선 자본잠식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기 직전 한숨 돌린 셈이다.

하지만 이는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 반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이후 시중금리가 하락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1분기에만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중 보험계약자산(부채) 순금융손실이 3630억원 발생했다. 결손금도 12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본총계는 553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KDB생명은 지난 5월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감자기준일은 오는 10일. 이로 인해 기존 발행주식의 75%가 사라질 예정이다.

무상감자를 하면 자본총계는 동일하지만 자본금이 감소한다. 주식 액면가는 그대로인데 발행주식 총수가 감소하기 때문. 결과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자본잠식에 처하는 걸 막고자 급히 마련한 자구책이란 분석이다.

◆저축성보험 이차역마진 부담까지 '인수자 몫'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생명보험사 초회보험료(일반계정 기준)에서 KDB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6%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비중이 지난해 3.36%로 배나 뛰었다.

지난해 KDB생명의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5774억원으로 전년도(603억원)보다 9배 이상 높아졌다.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채널에서의 판매가 주효했다. 방카슈랑스 채널에서의 초회보험료는 4306억원으로 전년도(738억원) 대비 6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해당 효과가 일회성에 그친다는 데 있다. 판매한 상품이 저축성보험인 만큼 향후 계약자에게 상환해야 할 원리금 부담이 크다. 특히 지난해 말 KDB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5.95%)의 고정금리로 일시납 저축보험을 판매한 바 있다.

저축성보험은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높은 수익률을 거둬야만 역마진 위험에서 벗어난다. 업계에서는 0.5%p를 마지노선으로 본다. 즉 적어도 6.50% 내외의 자산운용수익률을 거둬야만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이후 한풀 꺾인 금리 환경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모채 이자 상환에 새 주인은 '휘청'

KDB생명은 지난 5월 무보증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어치를 사모발행했다. 해당 채권은 산업은행이 전액 인수했다. 금리는 7.35%로 연 이자만 16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2018년 5월 발행한 제1회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을 위한 차환 목적이다. 당시 발행한 2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면서 미상환 사태를 방지하고자 대주주의 도움을 받은 셈.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은 향후 KDB생명을 인수할 새 주인의 몫이 될 예정이다. 이에 KDB생명의 매물로서 가치가 또 한 번 낮아졌다는 평이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KDB생명은 해당 채권의 발행 주체로서 원리금 상환에 대한 1차 의무가 있다"면서도 "영업 악화로 자체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대주주가 상환 책임을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DB생명의 새 인수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지급보증되지 않은 사채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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