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판매시 제공할 수 있는 특별이익(리베이트) 한도가 대폭 상향 조정되는 여파로 보험사의 사업비가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도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홈쇼핑 등 일부 채널은 사은품 위주의 보험 판매가 성행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 판매를 위한 홈쇼핑 채널의 사은품이 고가 상품으로 바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보험업법 시행령 제46조(특별이익의 제공 금지) 개정안을 공포,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것이 배경이다. 설계사가 보험계약 체결·모집시 제공할 수 있는 리베이트 한도를 기존 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 것. 다만 20만원까지 제공되는 물품은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한정한다.
◆홈쇼핑 채널부터 대면채널까지...사업비 증가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예상되는 건 보험사가 보험 판매를 위해 진행하는 홈쇼핑 방송의 사은품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사은품 조달은 그 자체로 보험사의 사업비를 늘리는 요인이다.
보험사가 연간 보험료 100만원인 보험을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이전에는 3만원까지만 사은품 제공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10만원(100만원의 10%와 20만원 중 적은 금액)까지 사은품 제공이 가능하다.
판매경쟁이 치열해지면 대부분 보험사가 20만원 한도까지 사은품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사은품 제공을 위해 사업비가 대폭 증가하는 셈.
반면 당초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사은품으로 인한 위험 감소 효과가 그에 걸맞는 수준으로 보험금 지급을 낮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에 보험사가 추가 집행한 사업비를 만회하기 위해 보험료를 높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부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부담을 전체 가입자로 전가하는 방법이라는 점이 문제다.
대면 채널도 사업비 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 가입자가 고액의 사은품을 요구하는 관행이 굳어지면 설계사의 판매 유인이 줄어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설계사 시장 의존도가 커진 만큼 보험사가 어떤 식으로든 지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사은품에 초점 맞춘 판매...'불판' 위험 높인다
사은품 위주의 판매가 활성화되면 보험상품의 보장내용이나 소비자 적합성은 이차적인 문제로 밀려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상 홈쇼핑 호스트는 소비자 구미를 끌 만한 고가의 사은품 홍보에 집중한다. 이는 보험 판매에서도 마찬가지. 향후 소비자와 설계사 간 전화상담이 진행되지만 이미 사은품에 '꽂힌' 소비자에게는 마이동풍 격.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는 "앞으로는 얼마나 고가의 사은품을 지급하느냐가 판매실적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이는 전문적인 설계‧보상 능력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온 설계사들의 입지마저 축소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사은품 중심의 DB가 형성될 경우 보험판매 시장에 큰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그동안 당국이 추진해온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취지에도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과 금융상품판매업 등에서 건전한 시장질서 구축을 목적으로 2021년 9월부터 시행됐다. 금융상품판매업자가 금융상품 판매시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충분히 설명할 것을 의무화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거래조건 또는 거래방법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들어갈 관리감독 비용 만만찮아..."효용 대비 비용 너무 크다"
법규가 정한 한도 내에서 제대로 금품 제공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리베이트 허용 한도를 보험사의 구매가가 아닌, 일반인이 동종의 금품 구입시 소비되는 금액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유권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리베이트 허용 한도가 3만원인 당시 일부 보험사가 특정 온라인 사이트에서 고가의 물품을 저가로 조작, 위장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가령 오픈마켓에서는 통상 10만원에 팔리는 상품의 가격을 2만9900원으로 책정하고 판매하는 식.
리베이트 한도가 크게 상향된 만큼 제공되는 물품의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는 소비자가를 조작, 위장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도가 커진 만큼 훨씬 다양해질 물품의 소비자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관리감독 비용의 증대를 야기할 것"이라며 "이번 시행령 개정은 그 효용보다는 부작용으로 초래될 직간접비용이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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