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설계사가 제주도 고객 '얼굴 보며' 보험 판매 가능해진다

보험사가 구축한 시스템 활용...GA설계사도 가능

여지훈 승인 2023.06.23 07:09 의견 0

화상통화만으로 보험가입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다. 보험 모집을 위한 통신수단에 화상장치를 추가하는 보험업법 시행령이 개정된 게 배경이다. 기존 대면 상담 중심의 보험 판매에서 비대면 상담으로 무게추가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업법 시행령 제43조(통신수단을 이용한 모집‧철회 및 해지 등 관련 준수사항) 4항이 신설된다. 동영상‧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할 수 있는 인터넷 화상장치로 보험 모집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기존 4~10항은 일제히 한 항씩 밀린다. 개정안은 내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화상으로 보험을 모집하려는 자는 ▲보험사가 구축한 안전성‧신뢰성을 갖춘 화상장치를 이용하고 ▲보험계약자의 동의를 받아 계약 체결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질문 또는 설명해야 한다. 또 ▲그에 대한 계약자의 답변 및 확인 내용을 음성녹음하거나 전자문서로 저장하고 ▲청약 내용에 대해 계약자의 자필서명(전자서명 포함)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텔레마케팅(TM)과 거의 동일한 규정인 셈. 당국도 보관자료로 '음성녹음'을 허용함으로써 '영상을 녹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는 평이다. 이에 녹화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 보험사의 영상 보관 비용 논란은 수그러질 전망이다.

현재 각 보험사는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자체 개발 또는 외주 용역을 통한 시스템 구축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생보업계의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시스템 구축은 개정안 시행 후 협회 차원의 모범규준이 마련된 후에야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화상 모집 초기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의 대면 영업 채널이 일부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사 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우선은 통신판매 채널에서 활용되고 대면 채널에서는 그 접근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화상통화라 해도 현재로서는 TM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비대면 채널에서의 활용 방안도 구체화되지 않은 시점에 대면 채널에서의 활용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화상 모집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나서야 보험사와 GA 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앞서 2021년 대면 채널 보험설계사의 고객 대면의무를 면제한 바 있다. 과거 설계사가 반드시 고객을 1회 이상 만나 중요사항을 설명해야 했던 것을 녹취 등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면 전화만으로도 모집할 수 있도록 한 것.

화상 모집 역시 충분한 장치만 갖춰진다면 대면 채널 설계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화상 모집은 원칙적으로 통신판매 채널에 적용되는 규정"이라면서도 "대면 채널 설계사에 의한 화상 모집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보험사가 구축한 시스템만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기술적인 부분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사가 개별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복수의 보험사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이 여러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등 절차상 번거로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는 그 자체로 화상 모집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보험사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시스템 구축 논의는 아직 계획된 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편, 일본과 대만 등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관련 규정이 정비돼 많은 보험사가 화상 모집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은 2021년 1월 화상 모집 시에도 대면 모집과 동일한 수준의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보험감독 지침을 발표했고, 대만도 같은 해 6월 일정 요건을 갖춘 보험사에 한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들 보험사는 화상통화 어플리케이션 설치부터 정보 입력 및 확인, 전자서명 등 절차상 편의를 제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인증 수단으로는 안면인식 등을 활용해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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