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보험대리점(GA)의 회계방식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상장 GA는 발생주의를, 비상장 GA는 사실상 현금주의를 채택한다. 현금주의 회계가 훨씬 용이한데다 비용도 저렴해서다. 하지만 최근 GA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발생주의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28일 GA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GA는 에이플러스에셋과 인카금융서비스 2개사이며, 이들은 모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해 발생주의에 따라 손익을 회계처리한다.
발생주의는 거래 발생 시점(기간)에 손익을 인식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현금의 수취‧지급 시점에 수익과 비용을 인식하는 현금주의와는 구분된다.
◆'현금만 좋아하는' 주먹구구식 경영...비상장 GA에 만연
GA 소속 설계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한 경우 GA는 보험사로부터 시책(성과수당)을 통상 익월이나 13개월차에 몰아서 받는다.
상장 GA들은 이를 곧바로 매출로 인식하는 대신 환수충당부채를 추정한다. 유지 여부에 따라 환수의무가 존재하는 보험계약의 특성을 고려한 것.
환수충당부채는 과거 경험률을 고려해 향후 보험사에 환수될 금액을 추정한 금액이다. 즉 현금을 먼저 수령했더라도 수익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험 유지가 이뤄진 기간까지 이연해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 비상장 GA는 K-IFRS 적용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대부분 비상장 GA가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처리한다. 이 역시 근간은 발생주의지만 실제 회계처리에서는 현금주의처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령 보험사로부터 시책을 받는다면 현금 입금 시점에 이를 전부 매출로 인식한다. 직관적이긴 하나 일반 가정의 가계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 현금 입출입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널뛸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현금 사정에 맞춘 주먹구구식 경영이 이뤄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사과와 배 비교하는 격"...GA 순위 매기기는 '무의미'
GA마다 회계처리 방식이 다르다보니 서로 간 비교분석하는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사과를 같은 사과가 아닌 배와 비교하는 격. 표준화된 회계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결산 시점마다 매출 규모에 따른 순위 매기기가 언론에 자주 회자한다"면서 "동종업계라고는 하나 회계처리 방식이 현저히 다른 기업 간 비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비교 분석을 위해서는 회계처리 방식부터 통일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회계기준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경 GA 회계기준을 표준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례가 있었던 만큼 향후 공인회계사회 등과 논의해 재차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보험판매전문회사'로 도약 위해선 K-IFRS는 선택 아닌 필수
근래 GA의 보험판매전문회사로서 위상 전환이 자주 회자되는 점도 이러한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보험판매전문회사로의 격상은 그만큼 책임과 의무가 커진다는 측면에서 회계처리 표준화와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제7대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용태 회장은 4대 핵심 과제의 하나로 GA의 보험판매전문회사로의 도약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은 독립 GA의 전문성과 책임을 강화하며 한 단계 발전된 제판분리(제조와 판매의 분리)를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대형 GA 대표도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된다는 건 단순히 보험 판매에 머물지 않고 배상책임과 의무까지 진다는 뜻"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감사제도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는 건 필수"라고 역설했다. 이어 "공신력 있는 국제회계기준을 사용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배상책임을 진다는 건 기업이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우발부채를 별도로 적립해 놓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현금주의가 아닌 발생주의에 기반해 회계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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