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회계통일]下 비상장GA, 현금주의 유지 원해...회계전환 "당근 필요"

GA 법적 지위 격상 위한 전제조건...금융당국, 협회 나서야

여지훈 승인 2023.06.29 06:00 | 최종 수정 2023.06.29 08:59 의견 0

법인보험대리점(GA)의 회계방식이 통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공신력 있는 회계처리의 필요성이 증가한 게 배경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전환 유인이 크지 않은 게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당국과 협회 차원의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장 GA 3호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GA의 가파른 성장세를 고려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 업계는 상장사 가치가 비상장사보다 낮게 평가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상장을 통한 메리트가 이전만 못하다는 점도 상장 회의론에 힘을 싣는다.

[사진=언스플래시]

멀어진 상장 GA 3호..."상장 안 하고 그냥 현금주의 할래요"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GA는 에이플러스에셋과 인카금융서비스 2개사다. 에이플러스에셋은 2020년 코스피에 상장했고, 인카금융서비스는 2015년 코넥스에 상장한 후 지난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했다.

지난해 말 한화생명의 판매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초대형 GA인 피플라이프를 2000억원 중후반대 가격에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피플라이프의 설계사 수는 약 3900명, 영업이익은 214억원이었다.

같은 시점 상장 GA인 인카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수는 약 1만2200명, 영업이익은 274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시가총액)는 690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평가한 피플라이프의 기업가치 대비 현저히 낮은 수치다.

또 다른 상장 GA인 에이플러스에셋도 상장 이후 큰 장점을 누리지 못한 것으로 보험업계 관계자는 분석한다. 2020년 11월 상장 직후 주당 7000원대를 기록했던 에이플러스에셋의 주가는 1년이 지난 이듬해 11월 1만3000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며 28일 현재 4500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한때 상장 호재로 반짝 상승 기류을 탄 것이 전부라는 평가다.

GA들의 상장 동기가 낮아진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상장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따라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외부감사를 받기 위한 회계 인력과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 GA로서는 굳이 현금주의를 탈피할 유인이 없다.

한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전문가는 "10년 전만 해도 GA에는 상장이 성공의 징표처럼 여겨졌다"면서도 "현재는 상장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 대비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상장한 두 개 GA의 경우 외부감사나 공시 의무는 커진 반면 시장으로부터 받는 평가는 매우 인색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GA는 '현상유지' 선호...보험판매전문회사로 격상도 '떨떠름'

최근 회자하는 보험판매전문회사로의 전환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김용태 전 국회의원은 제7대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며 GA의 보험판매전문회사로의 도약을 4대 핵심 과제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 회장의 취임은 GA가 단순히 보험사의 판매대리인 역할에서 벗어나 판매전문회사로서 법적 지위를 제고할 것이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현재로선 보험판매전문회사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보험 사고시 충분한 자본금을 바탕으로 1차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업계 관계자 다수의 의견이 일치할 뿐이다. 즉 충분한 자본금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내 GA 중 이를 만족하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독립형 GA인 에이플러스에셋과 인카금융서비스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13억원, 51억원이었다. 반면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신한금융플러스의 자본금은 각각 2000억원, 950억원이었다. 미래에셋생명의 자회사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역시 자본금이 900억원에 달해 독립형 GA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 GA업계 전문가는 "설계사수 3000명 이상의 초대형 GA라도 자회사형 GA를 제외하면 자본금이 열악하다"며 "이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상장을 통해 자본금을 증대해야 하는데 선례가 좋지 않은 만큼 대다수 GA가 상장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보험판매전문회사로서 GA 위상이 올라가더라도 수혜를 보는 건 일부 GA에 국한될 것이란 인식도 퍼지는 분위기다. 이 또한 회계처리 전환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향후 보험판매전문회사로서 제도권에 진입하는 GA와 그렇지 못한 GA가 선별될 것"이라며 "전자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덩치를 불리고 후자는 단순한 위상 격하를 넘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인식이 퍼지면서 보험판매전문회사로 위상 전환을 반대하는 GA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부 유인이 부족하다면 협회가 여론을 조성하고 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해 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외부감사 법인이 요구하는 발생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일관되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한다는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면서도 "GA 간 회계처리 방식을 통일하자는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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