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① '보험금 지급도 못할 수준'...경과조치 배제시 건전성 뚝!

1조2000억 투입하고도 희망매각가 2000억에 불과...산업은행 국민 혈세 1조 공중분해

여지훈 승인 2023.07.06 16:17 | 최종 수정 2023.07.07 07:10 의견 0

◆기사 게재 순서

① '보험금 지급도 못할 수준'...경과조치 배제시 건전성 뚝!
② "하자 있는 상품이 팔릴까요?" 10년째 재고...매각 가능성 낮아
③ 건전성만 문제 아닌데...'KDB생명의 깨진 유리창'

신지급여력기준(K-ICS)을 적용해도 KDB생명의 건정성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1분기 K-ICS 비율은 간신히 기준치인 100%를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경과조치(제도 적용 일시 유예)를 배제하면 기준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매각 본입찰 일정이 다시 연기된 배경이 이 건전성 문제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의 올해 1분기 K-ICS 비율은 101.66%다. 이는 금감원 권고치인 150%를 한참 밑도는 수치며, 최소 기준치 100%를 간신히 초과하는 것이다.

KDB생명은 시가 평가로 인한 자본감소분과 신규 보험위험, 주식위험액 증가분 등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 경과조치를 신청한 바 있다. 만약 경과조치 효과를 배제할 경우 지급여력비율은 47.68%까지 떨어진다.

[사진=KDB생명보험]

K-ICS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험사가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것. K-ICS 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로, 감독법규에 따라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K-ICS 비율이 50% 미만이라는 것은 현재 가입된 모든 보험계약자가 동시에 보험사고를 당할 경우 일시에 지급할 자본을 보험사가 절반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 6월 한차례 연기됐던 매각 본입찰이 최근 또다시 연기된 것도 이처럼 열악한 재무건전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KDB생명 매각 본입찰을 돌연 연기했다. 국내 금융지주들의 입찰 참여 가능성이 거론됐던 때와는 사뭇 다른 온도차다.

이후 산업은행은 이달 중 본입찰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매각 불발을 점치는 목소리가 크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두 차례, 2016년에도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다. 특히 2020년에는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JC파트너스와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 6월 JC파트너스가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업계는 새 주인을 찾는 KDB생명의 오랜 여정이 4번째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4월 JC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MG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선정되면서 JC파트너스가 보험사 대주주 자격 요건에 미달, 결국 매각 이슈는 군불만 떼우다가 사그라졌다.

이 과정에서 매각가 6000억원대를 고수했던 산업은행은 최근 2000억원대까지 눈높이를 낮췄다. 2000억원의 매각가는 단순 계산으로도 1조원의 손실이라는 의미다. 산업은행은 2010년 KDB생명(구 금호생명)을 48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약 7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에 국민 혈세가 산업은행의 잘못된 인수·경영으로 사라진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

앞서 네 차례 매각 시도가 불발된 전적이 있는 만큼 업계는 이번 매각 시도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익성 제고 없이는 같은 결과만 되풀이 될 것이라는 쓴소리도 더해진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차례 매각 불발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입찰이 진행된다는 소문에도 관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매물로서의 매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인수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될 자금까지 고려하면 2000억원도 비싸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매각 대상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그 모회사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가 보유한 지분 92.73% 전량이다.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는 산업은행이 6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