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50만원 내고 567만원 받으세요’...고시책에 허위계약 재등장

DB손보, KB손보 간편보험 15개월 유지 조건
보험사-GA 책임공방에 1200%룰 ‘무용지물’

김승동 승인 2023.03.21 10:36 의견 0

일명 1200%룰(1년 이내 지급 수수료가 보험료의 12배 이하여야 한다는 규제) 도입으로 자취를 감췄던 허위계약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손해보험사 중심으로 시책 경쟁이 심화된 것이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실태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법인판매대리점(GA)이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보험사 상품을 통해 허위계약을 작성하면 15개월에 2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배포해 문제가 되고 있다. 30만원씩 15개월 납입하면 원금 450만원인데 총 567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계약 1건당 117만원의 차익이 발생한다는 내용으로 허위계약 작성을 유도한다.

일부 설계사는 허위계약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까지 끌어모으기도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가입자가 많을수록 허위계약을 더 많이 체결할 수 있다.


이런 허위계약은 보험업법 제97조(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에 위배되는 행위다. 보험설계사가 허위계약 작성을 유도했다면 해당 보험계약 수입보험료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런 규제에도 허위계약이 줄어들지 않자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1200%룰을 도입했다. 시책(보험판매에 대한 수당 이외 추가 보너스)가 높아진데 따른 규제다. 1년 이내 낸 돈 보다 받을 수 있는 돈을 적게 해 허위계약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이다.

1200%룰 도입으로 자취를 감추는 듯했던 허위계약이 다시 등장한 배경은 최근 시책이 다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일부 보험사는 GA에 높은 시책을 지급하고 있다. GA는 보험사가 향후 지급할 시책을 설계사에게 선지급한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대가로 GA에 판매 수당과 시책 등을 지급한다. 다만 1200%룰로 인해 계약초년도에 지급하는 돈은 제한되어 있다. 가령 10만원 보험을 계약하면 120만원 이내에서 수당과 시책이 책정되어야 한다.

보험사는 13개월차 이후에 GA에 시책을 주기로 약속한다. GA는 설계사에게 13개월 이후에 받을 시책을 선지급하는 방법으로 1200%룰 규제를 우회한다. 보험사가 GA에 지급한다고 약속한 시책이 많아지면서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선지급수당(판매 수당 및 시책)도 늘어난다. 이에 또 다시 허위계약이 가능하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 보험사-GA, 책임 떠 넘기기에 1200%룰 무용지물

GA는 보험사가 허위계약이 가능할 수 있도록 수당 구조를 만든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GA업계 관계자는 “허위계약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유혹한다”며 “일부 GA소속 설계사는 이런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수당체계가 어찌 되었든 보험료와 수당 차익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일부 GA소속 설계사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DB손보 관계자는 “보험사는 판매 활성화를 위해 시책 지급을 약속한 것일 뿐”이라며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기지 않으려면 GA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시책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허위계약 관련 내용을 확인 즉시 해당 GA에 주의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보험사와 GA 모두 ‘네탓공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책임 공방 와중에 1200%룰은 도입 2년여 만에 무용지물이 됐다.

올해 신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순자산 및 CSM(미래 이익)은 커졌다. 또 보장성보험 판매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증가한 동시에 사용해야 할 곳이 명확해 진 것. 이에 보험업계는 올해 시책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지난 2월 초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GA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라’는 특명을 내리자마자 시책을 높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메리츠화재가 시책을 높이자 DB손보, KB손보 등도 시책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실태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보험협회를 통해서도 각 보험사의 시책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