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는 왜 인카에게 500억을 빌려줬을까?

22% 지분 담보로 시총 80% 금액 차입...시총 3배 가치 인정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입김...금융당국 금지령 우회 전략

김승동 승인 2023.03.14 09:46 | 최종 수정 2023.03.14 10:11 의견 0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캐피탈이 최근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 인카금융서비스(인카) 최대주주의 지분 약 20%를 담보로 500억원을 대출했다. 대출이 결정될 당시 인카의 시가총액은 약 800억원. 인카는 시총 3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업계는 인카가 판매수당 선지급을 위한 자금을 끌어왔다는 해석이다. 이면에는 메리츠화재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인카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제공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최병채 인카 회장 지분 22.12%를 담보로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로부터 500억원(담보설정금액 650억원)을 빌렸다. 또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증액했다. 총 6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한 셈이다.

공시 당일인 2월 28일 인카 주가(종가)는 8180원이었다. 메리츠증권·캐피탈은 주가의 3배 이상 가치를 인정, 주당 약 2만8602원의 질권을 설정했다. 인카가 시총의 약 80%의 금액을 차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럼에도 22.12%의 지분으로 시총 80% 수준의 금액 차입은 이례적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는 인카가 선지급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한 운영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보험 판매를 체결한 대가로 GA는 ①판매 수당 ②유지 수당 ③추가 보너스(시책) 등을 받는다. 이렇게 받은 돈을 다시 GA소속 설계사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판매 수당은 보험계약 체결에 대한 기본급인 셈이다. 유지 수당은 계약 유지를 조건으로 향후 받을 수 있는 수당이다. 시책은 보험계약 체결에 대한 추가 성과급이다.

지난 2021년 도입된 일명 1200%룰(월보험료 기준으로 1년간 받을 수 있는 판매수수료 총량을 1200% 이내로 해야 한다는 규제)로 인해 계약체결 익월에 보험사는 ①판매 수당은 지급하지만 ②유지 수당과 ③시책은 통상 13개월차 이후에 지급한다. 가령 3월에 체결된 보험계약에 대해서는 다음 달인 4월에 ①판매 수당을 지급한다. ②유지 수당과 ③시책은 내년인 2024년 4월 이후에 지급한다.

인카 등 GA는 ②유지 수당 및 ③시책을 소속 설계사에게 ①판매 수당과 함께 익월에 지급한다. GA가 향후 보험사로부터 받을 ②유지 수당 ③시책을 선지급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다. 보험설계사 입장에서 어차피 받을 돈이라면 빨리 받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수당 지급이 늦다면 다른 GA로 이직하는 요인이 된다.

즉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유지 수당, 시책과 GA가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시기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 이 시차에 부족한 현금 흐름을 대비하기 위해 대출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인카가 매월 체결하고 있는 보험계약(초회보험료)은 약 18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이를 기준으로 인카는 매월 약 50억원의 ②유지 수당 ③시책을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올해에 지급해야 하는 선지급수당(유지 수당+시책)만 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인카는 이번 메리츠증권·캐피탈과 단기차입금을 통해 1년치 선지급수당을 마련한 셈이라는 해석이다.

◆ 김용범 메리츠화재 입김 작용 추정...금융당국 금지령 무력화 전략

인카 지분 4.9%를 보유 중인 메리츠화재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인카의 주가가 상승하면 메리츠화재도 이득이다. 또 선지급수당 등 운전자금 마련으로 인카가 메리츠화재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할 수도 있다. 이미 밀월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메리츠화재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라는 것.

메리츠화재가 추가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인카에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5%룰(대량보유보고 제도)에 걸린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경영권 영향 목적’ 등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또 인카는 손해보험사 중 메리츠화재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메리츠화재로부터 향후 받을 수 있는 유지 수당 및 시책이 5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이 향후 받을 돈을 담보로 대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에 최대 주주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진행했다는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화재 및 메리츠금융지주의 김용범 부회장의 영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즉 메리츠화재가 직접 대출하면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는 GA에 판매 수당 이외의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이에 계열사를 통해 금융당국의 금지령을 무력화한 셈.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이미 4.9%의 지분을 확보했다”며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인카를 지원하는 것은 5%룰에 걸려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카는 손보사 중 메리츠화재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어 향후 받을 유지수당도 상당할 것”이라며 “다만 금융당국이 유지수당을 담보로 대출을 금지해 계열사가 대출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선지급수당 회계처리에 따라 착시 발생할 수도

인카의 이익잉여금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인카의 이익잉여금은 524억원이다. 이 정도 이익잉여금이라면 대출을 끌어오지 않아도 선지급수당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회계상 착시라는 분석이다.

인카의 경우 선지급수당을 회계상 대여금으로 구분한다. 보험사로부터 향후 받을 돈을 GA인 인카가 소속 설계사에게 빌려줬다는 의미다. 이런 회계처리 방식은 이익잉여금이나 당기순이익이 커 보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인카의 이런 회계처리 방식은 선지급수당을 비용으로 즉시 처리하는 또 다른 상장GA와 다른 방식이다. 즉 회계처리 방식 차이로 인카는 자산과 당기순이익 등이 커 보이는 착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인카의 회계처리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회계에 따라 인카의 자산과 이익이 더 많아 보이는 착시는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카의 성장 속도가 빨라 그만큼 운전자금이 필요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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