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메리츠증권과 펀드 손실 갈등...매각 좌초되나

롯데손보 대주주는 바이아웃 투자자...매각시기, 매각가에 영향

김승동 승인 2023.03.17 16:25 | 최종 수정 2023.03.17 16:30 의견 0

롯데손해보험이 지난 2019년 메리츠증권을 통해 투자한 5000만달러(660억원)을 최근 전액 손실봤다. 이로 인해 롯데손보의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현재 롯데손보 대주주는 JKL파트너스로 지난 2019년 3734억원에 지분 53.49%를 인수했다. JKL파트너스는 오는 2025년까지 매각하는 것을 목표했었다고 알려졌다.

17일 금융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메리츠증권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2018년 메리츠증권이 판매한 미국 프론테라(Frontera)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운영자금을 위한 펀드 투자금 660억원 전액 손실 본 것이 배경이다. 메리츠화재가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해 ‘사기와 기망’ 행위를 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 두고 전문가들은 롯데손보가 제기한 민원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도 금융사다. 전문가로 구분되는 보험사가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해 금융투자사기를 당했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

해당 펀드 조성 금액은 총 1억6000만달러이며 롯데손보는 이중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롯데손보 이외 4개사(KDB생명, 한국거래소, 교원라이프, 교직원공제회)가 해당 펀드에 투자했고 모두 손실을 봤다. 하지만 민원을 제기한 곳은 롯데손보 뿐이다.

프론테라 펀드도 대체투자 상품 중 하나다. 롯데손보는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사다. 이런 롯데손보가 대체투자 상품의 위험성을 인지 못했다는 주장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은 대체투자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는 평가다.

또 금감원에 민원 등을 제기하며 문제 제기한 시점도 손실을 처리한 시점과 시차가 많다는 의견이다. 투자한 펀드에 대한 손실이 확정된 것은 지난 2021년 8월이다. 약 1년 6개월이 지났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로 구분되는 보험사가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몰랐다는 주장은 스스로 전문성이 없다는 것을 공표하는 셈”이라며 “단순히 투자금액 일부를 회수하기 위해 금감원에 민원 등을 제기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 대주주 JKL은 바이아웃 투자자...매각에 차질 불가피

롯데손보가 무리하게 민원 등을 제기하면서 메리츠증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향후 계획하고 있는 매각가는 물론 매각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롯데손보는 지난 2019년 10월 롯데손보 지분 53.49%를 3734억원에 인수했다. 또 오는 2024년까지 ‘롯데손해보험’이라는 상표권 사용이 가능하다. JKL파트너스는 상표권 사용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매각을 계획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JKL파트너스는 사모펀드로 바이아웃 투자자다. 바이아웃 투자는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지분을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통상 인수가 대비 30%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 JKL파트너스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4500억원 이상으로 재매각해야 한다. 여기에 유상증자(2019년 10월 3750억원) 등으로 추가 투입한 자금도 고려해야 한다.

새회계기준(IFRS17) 도입 시점에 시중금리도 상승, 손보사의 부채는 줄고 이익(CSM)은 커지는 효과가 있었다. 이에 롯데손보의 몸값도 재평가가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JKL파트너스는 인수 첫 해인 2019년 817억, 두 번째 해인 2020년 645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에 54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구겨진 체면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프론테라 펀드 이슈가 커지며 다시 체면을 구기고 있는 것.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낮아졌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수가 이상의 매각가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매각 시기가 한없이 늦어질 수 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바이아웃 투자자는 지분인수가 대비 30%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며 “손실을 보며 매각에 나설 바이아웃 투자자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리츠증권과 각을 세우는 것은 실패한 대체투자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며 “매각가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기 위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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