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는 보험설계사의 첫해 수수료 상한액을 규정한 일명 1200%룰을 강화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 소속 설계사(사용인)도 1200% 룰 적용 ▲스카우트 비용을 1200%에 포함 ▲2차년도 이후 3년간 수수료 분급 등이 골자다.
보험업계는 금융위원회가 논의하고 있는 모집수수료 개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GA업계는 보험사와 다르다. 보험사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정책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1200%룰이란 모집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12배 이내에서만 지급하는 규제다. 예를 들어 월 납10만원의 보험을 판매하면 가입 첫해에 받는 수수료가 1년 납입 보험료인 12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2021년 이전 명확한 기준 없이 지급되는 모집수수료가 보험사의 출혈 경쟁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1200%룰이 도입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모집수수료를 판매 초기에 선지급하면서 작성계약(일정기간 후 해지할 목적으로 가입하는 가짜 계약), 보험계약 유지관리 소홀, 수수료 높은 상품 위주 영업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평가다.
이에 금융위는 1200%룰을 만들어 적용했다. 그러나 규제의 빈틈이 발견됐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 소속 전속설계사와 GA의 법적 지위가 같다. 둘 다 보험사와 보험상품 판매를 위탁 받은 사업자다.
그러나 GA사용인(GA소속 설계사)은 GA와 판매 위탁계약을 한 셈이며, 보험사와는 재위탁관계다.
즉 보험사는 위탁계약을 맺은 전속설계사와 GA에게만 1200%룰을 지키면 된다. 반면 GA는 사용인에게 1200%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판매위탁 관계가 아닌 재위탁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법적으로 GA가 사용인에게 1200%룰을 지키는지 여부는 관여할 수 없다.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모집수수료는 1200%룰이 적용된다. 하지만 GA가 사용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는 이 1200%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GA가 이런 빈틈을 이용, 1200%룰을 어기기 시작했다.
계약 초년도에 GA가 사용인에게 판매수수료 외의 인센티브를 지급, 1200%룰을 어긴다. 대신 GA는 2차년도에 보험사로부터 추가 지급한 판매수수료 이상을 보전받는 식이다. 현행법에서는 GA가 사용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1200%룰을 따르지 않아도 돼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가령 GA 사용인이 월납보험료 10만원의 상품을 판매했다면 보험사는 판매수수료로 GA에 120만원을 지급한다. GA는 사용인에게 판매수수료 120만원에 추가로 80만원의 보너스(시책)를 더 지급, 200만원을 채워주는 식이다.
보험사에 받은 판매수수료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한 GA는 2차년도에 보험사로부터 약속 받은 시책을 수령한다. 이런 방식으로 1200%룰을 우회한다. 판매 관련 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소속인 전속설계사는 물론, 전속설계사와 법적지위가 같은 GA는 1200%룰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GA소속 사용인은 1200%룰에서 벗어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금융위는 GA소속 사용인도 1200%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 고아계약 감소를 위해 설계사들의 이동을 줄여야..
높은 스카우트 비용으로 인해 설계사들의 이직이 잦은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 스카우트 비용을 1200%에 포함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스카우트 비용을 1200%에 포함하면 사업비를 낮춰,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스카우트 비용을 노리고 이직을 반복하는 철새 설계사도 줄어 들 것이라는 기대다.
설계사들의 잦은 이직은 관리자가 없는 고아계약을 양산한다. 고아계약 고객은 담당설계사가 변경되면서 승환계약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스카우트 비용 집행을 차단하면 이런 악순환의 반복을 막고, 결국 보험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아계약은 보험계약을 관리하는 설계사가 이직 또는 퇴사로 담당자가 부재한 계약을 의미한다. 보험은 약관이 복잡하고 보험금 수령 시 필요한 서류들이 많아 이를 알려주고 도와주는 담당 설계사가 필요하다.
퇴사사한 지점에 속해있는 다른 설계사가 고아계약을 이관 받는 경우도 있다. 이관 받은 고아계약은 대부분 머지 않아 혜약된다. 설계사는 보험사나 GA로부터 판매수수료만 받는다. 판매수수료가 없는 계약을 굳이 관리할 필요가 없다. 이에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재가입시켜야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탓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관리하는 설계사가 바뀐 고객은 '보험리모델링', '자산재설계' 등의 이유로 상담을 받는다"며 "이런 상담은 과거 가입한 상품을 깨고 비슷한 다른 상품으로 갈아태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보험신뢰도 상승 기대 VS GA업계 위축
1200%룰 강화로 모집수수료 분급이 확대되고, 여기에 설계사 스카우트비용까지 1200%룰에 녹아 들어가면 결국 소비자의 보험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판매자인 설계사 입장에서 수수료 변별성이 사라진다. 즉 같은 보종의 상품이라면 A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든, B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든 설계사의 모집수수료는 비슷해진다. 모집수수료에 차이가 없으면, GA 사용인은 상품 경쟁력이 더 우수한 상품을 비교해 고객에게 권할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게 된다.
수수료 중심이 아닌 상품경쟁력을 중심으로 고객 추천 상품이 이뤄지게 되는 것. 이에 불완전판매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GA업계는 1200%룰 적용으로 이미 수수료가 줄어들었는데, 1200%룰이 강화되면 수수료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판매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해 경영할 수밖에 없는 GA는 1200%룰 강화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환영하는 근로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GA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설계사에게 모집수수료만 지급하면 되지만, GA는 사용인에게 지급하는 모집수수료 이외에 직원 임금, 임대료 등 별도 운영비를 지출해야 한다"며 "1200%룰 강화와 분급 확대는 결국 GA업계를 위축시켜 보험산업의 일자리 창출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총액제한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수료체계 개편에 대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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