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검] “실손보험 적용 안돼요” 안과, 백내장 수술 절판마케팅 기승

김승동 승인 2022.03.28 10:14 | 최종 수정 2022.03.29 07:47 의견 0

김승동 기자의 보험 검색, 김보검입니다.
김보검은 보험 소비자가 현명하게 보험을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보험업계의 주요 상품과 이슈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 보험이 어려울 때 김보검에게 질문을 남겨 주세요.

일부 안과가 진행하고 있는 백내장 수술 절판마케팅이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입니다. 당초 금융당국이 오는 4월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지급기준을 강화하기로 알려졌죠.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보험정책 방향이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아 백내장 수술 지급기준 강화 적용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배경입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실손보험 비급여 보험금 누수방지 TF’를 꾸리고 백내장 등 9개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심사기준 강화를 논의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TF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백내장 수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 4월부터 적용한다는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서 전달됐는데요.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안과는 4월 이전에 빨리 백내장 수술을 받으라며 절판마케팅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절판마케팅은 홈쇼핑의 마감세일과 비슷하죠. 조만간 할인 가격을 적용하지 않으니 홈쇼핑 광고가 끝나기 전에 상품을 구매하라는 식의 판매전략입니다. 이런 판매전략을 일부 안과가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한 병원 마케팅 업체가 SNS 등에 4월 이후 백내장과 관련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지급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이미지=블로그 이미지 캡쳐]


포털사이트 등에 ‘안과·실손보험·백내장·4월’ 등의 키워드를 치면, 이처럼 환자를 모집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술을 진행할 정도로 백내장이 악화되지 않았는데 단지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수술을 한다는 겁니다. 일부 의사는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네요.

◆백내장, 실손보험금 이렇게 줄줄 샌다

문제는 수술을 할 정도로 백내장이 심각하지 않은 환자가 수술을 받을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16년 이전 실손보험 약관에서는 외모개선 목적의 치료로 발생한 의료비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추가 단서로 안경, 콘텍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도 면책이라고 적어놨죠.

실손보험은 치료 목적으로 발생한 의료비는 모두 보상합니다. 즉 치료일 경우에는 실손보험 보상에서 문제 될 것이 없죠. 하지만 일부 안과는 외모개선이나 시력교정술 목적의 수술을 백내장 수술로 둔갑시킨다는 점입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노화되어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입니다. 수술하면 노화된 수정체를 대신해 렌즈를 삽입하죠. 백내장수술을 하면 시력이 교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시력교정술을 목적으로 백내장 수술을 하고, 실손보험으로 처리하는 등의 논란이 많았죠.

법원은 ‘시력교정 효과는 백내장 수술의 부수적 결과’라고 판단했죠. 즉 백내장 수술이 치료 목적이며, 시력교정 효과는 수술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2016년 이후 약관이 조금 바뀝니다. 국민건강보험 급여 대상 수술방법 또는 치료재료가 사용되지 않은 부분은 시력교정술로 본다고 단서조항을 더 명확히 한 것이죠. 이는 곧 다초점렌즈 비용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셈입니다.

백내장 수술 후 수정체에 삽입하는 렌즈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단초점렌즈와 다초점렌즈죠. 단초점렌즈는 먼 곳 혹은 가까운 곳만 잘 볼 수 있습니다. 다초점렌즈는 먼 곳과 가까운 곳 모두 잘 볼 수 있죠. 수술까지 했으니 다초점렌즈를 선호하는 게 환자의 마음이겠죠.

단초점렌즈는 국민건강보험법에 ‘급여’로 구분됩니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에서 렌즈비 대부분을 보장하죠. 반면 다초점렌즈는 ‘비급여’입니다. 건보공단에서 보장하지 않죠. 이렇게 되자 일부 안과는 다초점렌즈 가격을 낮추고 비급여 검사비를 대폭 높였습니다. 결국 의사가 환자에게 청구한 비용은 달라지지 않은 거죠.

그리고 2016년 이전이든 이후든 실손보험 가입자는 백내장 수술을 하고 다초점렌즈를 삽입, 시력교정효과를 볼 수 있는 거죠. 물론 비용도 실손보험으로 대부분 전가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갑자기 비용이 높아졌던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로 포함했죠. 건보에서 보장하지 않던 검사비를 건보로 적용, 환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었죠. 그러자 다시 다초점렌즈 가격을 대폭 높여 수술비 총액은 달라지지 않게 부풀렸죠.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수술과 관련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약관을 변경하고, 건보의 급여적용도 달라졌지만 오히려 수술건수와 비용은 증가했다”며 “이는 일부 안과의 마케팅 등 외부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백내장 수술비, 실손보험으로 돌려받으려다 독박 쓸 수 있습니다!

백내장과 관련 지급한 보험금이 크게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보험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정말 치료목적으로 수술했는지를 제대로 따져보기 시작한 거죠.

우선 보험사들은 수술 전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필수 시행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보험금을 지급키로 했습니다. 세극등현미경검사는 백내장 등 안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로, 안구에 강한 빛을 비춰 눈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죠.

세극등현미경 검사와 함께 LOCS(Lens Opacities Classification System) 검사 결과 3~4단계일 경우 수술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죠. LOCS 검사는 1단계부터 6단계까지 백내장 심화 정도를 구분하는 검사 방법이죠. 1~2단계는 경과를 지켜보는 단계이며, 5단계 이후는 백내장이 너무 진행되어 수술하기가 쉽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은 단계입니다.

즉 세극등현미경, LOCS 검사 결과를 필수적으로 검토한 후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미 일부 보험사는 이와 같은 지급기준을 적용 중이죠. 금융당국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보험업계의 이 같은 기준이 이견이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대로 말해 세극등현미경, LOCS 검사 결과 백내장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거죠. 이 경우 환자는 안과에 수술비용만 지급하고, 실제 보험금은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관련 문제는 돈을 벌 목적으로 비급여진료비를 높게 책정하고, 이 의료비를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전가한 것이 핵심”이라며 “일부 의사의 비양심적 행동이 사회적 문제로 커졌다”고 일갈했네요.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