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생활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A씨. 전라도 고향에 계신 부모의 보험 가입을 위해 여러 설계사에게 유선 상담을 받았다. 같은 상품임에도 고향인 전라도 지역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면, 사망담보를 추가 가입해야 하고 일부 담보의 보장금액도 낮아진다는 점을 알고 이상하다 생각했다.
DB손보, 롯데손보 등 일부 보험사가 지역의 영업조직을 대상으로 언더라이팅(인수 심사)을 차등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특정 지역에서 보험료를 더 받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부당한 차별인지 여부를 살펴보고, 부당하다면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호남사업단 등 일부 손해율이 높은 지역을 선별, 언더라이팅 차등화를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언더라이팅 차등화는 일부 지역에서 사실상 보험료를 더 받는다는 의미다. 롯데손보도 특정 지역만 언더라이팅 기준이 다르다.
전라도 등 일부 지역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때 상해사망 보장 등을 추가해야 한다. 손해율이 낮은 담보를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청약을 받아주는 식이다. 반면 서울 등 대부분 지역은 상해사망 담보 추가 없이 가능하다. 즉 일부 지역은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보장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것. 이는 사실상 보험료를 더 지급하는 셈이다.
또 일부 손해율이 높은 담보는 가입 한도가 제한되기도 한다. 입원일당 담보의 경우 통상 10만원까지 가입 가능한데 특정 지역은 3만원 한도를 채우면 가입이 막힌다. 가입 한도를 낮춰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보험업법 제129조(보험요율 산출의 원칙)에서는 ‘합리적인 통계자료를 기초로 보험료를 산출’해야 하며, 보험계약자간 보험료를 부당하게 차등화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 18(보험상품심사기준)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자의 권리를 축소하거나 의무를 확대하는 등 계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포함할 수 없다’며 ‘지역간 보험요율 적용의 차이’도 부정했다.
DB손보 상품 사업방법서에 회사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보험가입금액 또는 보험료가 제한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보험업계는 ‘회사가 정하는 기준’이 지역별 차등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DB손보는 각 사업단간 영업실적 및 손해율 등을 분석한다. 이때 일부 지역의 손해율 등이 높으면 해당 사업단의 언더라이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역별 차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DB손보는 지역별로 10개 사업단을 두고 있다.
일부 사업단의 언더라이팅 강화는 특정 지역을 규제하는 효과가 있다. 가령 전라도사업단 계약자 80~90%는 전라도민이다.
DB손보 등 일부 보험사는 언더라이팅 차등화는 보험료 차등화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언더라이팅 기준은 각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보험사기 등이 만연해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언더라이팅을 차등화한다”며 “사업단 규모나 지점 규모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본사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DB손보의 영업조직은 사업본부·사업단·지점 등으로 이뤄지며, 상위 조직이 하위 조직을 관리하는 형태다. DB손보 지역단은 10개에 불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역별 보험요율 차등화는 불법”이라면서도 “언더라이팅 차등화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 진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언더라이팅을 차등화한다면 그 이유에 대해 사업방법서 등 기초서류에 기재해야 한다”며 “기초서류에 없는 내용으로 지역별 차등화를 했다면 이는 부당한 차별일 가능성이 있다”며 제재를 시사했다.
관련 업계는 DB손보 등 일부 보험사의 언더라이팅 차등화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언더라이팅은 보험사의 자율 운영이 원칙”이라면서도 “이를 차등화 할 경우 그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역별 차등화가 논의됐던 적이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03년 ‘자동차보험 지역별 요율차등화’를 발표,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에 지역 차등화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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