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파트너스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굿리치의 지분 매각 대신 경영권 유지를 선택했다. 새 출자자를 모집해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출자 구도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 후보로는 흥국생명과 신한라이프가 거론된다. 기존 출자자인 메리츠화재와 한화생명은 재참여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JC파트너스는 연내 굿리치에 대한 컨티뉴에이션 펀드 결성을 목표로 신규 유한책임출자자(LP) 확보에 나섰다. 과거 JC파트너스와 협력했던 신승현 데일리파트너스 대표가 출자자 모집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기존 투자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새 펀드를 결성해 운용을 이어가는 구조다. 펀드 만기 시점에 자산을 처분하는 대신 새 펀드로 이전해 투자를 지속한다. 운용사(GP)는 경영권과 운용권을 유지한 채 신규 LP로부터 자금을 재조달한다. 현재 투자자 확보는 JC파트너스와 신 대표가 함께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표는 최근 태광그룹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영업조직 확장을 추진 중인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흥국생명이 LP로 참여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태광그룹과 흥국생명 모두 투자설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투자 건이 적지 않아 굿리치 투자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관계자 역시 “사모펀드 측이 투자자 확보를 위해 여러 보험사에 접촉할 수는 있겠지만 굿리치에 대한 LP 참여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기존 LP였던 메리츠화재와 한화생명은 재참여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한화생명은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부산 소재 초대형 GA IFC를 인수하며 업계 최대 규모로 올라섰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단기간 내 추가 GA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메리츠화재 역시 기존 투자 회수와 신규 참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LP 후보로는 신한라이프도 거론된다. 자회사형 GA인 신한금융플러스의 성장 정체로 인해 외부 GA 투자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전언이다. 신한금융플러스의 설계사 수는 지난해 상반기 3413명에서 올해 상반기 3385명으로 도리어 감소했다. 초대형 GA들이 공격적으로 조직을 확장하는 흐름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신한라이프의 참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굿리치의 추정 밸류에이션(약 4000억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데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의 임기 종료(올해 말)도 의사결정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이나 중소형 보험사가 신규 LP로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 메리츠화재가 불참할 경우 JC파트너스가 연기금이나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펀드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규 투자자에게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JC파트너스 관계자는 “LP 자격에는 제한이 없으며 연기금도 법적으로 참여 가능하다”며 “기존보다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반영해 펀드 규모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굿리치는 전국 단위 영업망과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춘 초대형 GA다. 설계사 수와 매출은 업계 10위권, 이익 성장률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JC파트너스가 새 펀드를 통해 굿리치의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경우 GA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GA 산업은 규제 불확실성과 판매수수료 개편으로 밸류 산정이 쉽지 않다”면서도 “이번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 결과에 따라 향후 보험업계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승표 굿리치 대표는 신규 펀드 일부를 후순위로 출자하기로 확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별도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굿리치 측은 “기존 계획대로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