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부채 할인율의 핵심 구성요소인 ‘유동성 프리미엄’ 산정에 채권형 수익증권(펀드)의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보험사가 투자한 펀드 내 채권 비중을 고려해 할인율을 조정하자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0.11%포인트(11bp) 가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유동성 프리미엄 산정시 펀드 내 채권자산을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유동성 프리미엄은 보험부채의 비유동성을 감안해 무위험금리에 가산하는 요소다.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할인율은 올라가고 부채 평가액은 낮아진다.
유동성 프리미엄은 지난달 기준 44.1bp(변동성 조정비율 80% 적용시 35.3bp)다. 현재 채권형 수익증권을 고려해 가산하자고 거론되는 유동성 프리미엄 수준은 11bp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프리미엄 가산시 보험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논의의 배경에는 자산·부채 간 불일치 문제가 있다. 채권형 펀드가 금리부 채권에 상당 부분 투자돼 있음에도 지금까지는 보험사가 직접 보유한 채권만 유동성 프리미엄 산정에 반영됐다.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 방식의 합리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할인율의 미세 조정만으로도 보험부채 평가액이 크게 변동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자산과 채권형 펀드를 구분해 처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펀드 내 채권투자가 존재한다면 경제적 실질에 맞게 채권자산과 동일하게 유동성 프리미엄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조정만으로도 보험부채와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펀드 내 채권 비중, 적용 범위, 계산 기준 등 실무적 요소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동성 프리미엄은 지난해 3월 산출 방식 변경으로 크게 낮아졌다. 오는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조정비율 개선과 신용위험스프레드 산정 방식 개편으로 추가 하향이 예고됐으나, 이달 금융당국이 ‘최종관찰만기’ 확대 일정을 늦추면서 적용 시기 역시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할인율의 또 다른 구성요소인 최종관찰만기를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23년인 최종관찰만기를 2035년까지 30년으로 늘리되 장기금리 하락에 따른 보험사 건전성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6~2027년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2028~2029년은 24년으로 조정한 뒤 이후 매년 1년씩 연장하는 방식이다. 장기채 수요 확대에 따른 금리 하락 압력과 그로 인한 보험사 건전성 저하 우려를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다만 할인율 현실화 방안이 완화되는 만큼 금리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듀레이션갭’ 지표를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포함하기로 했다. 할인율 현실화 속도 조절로 보험사의 단기적 건전성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체계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보완책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