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를 무시하고 변칙적인 영업을 해 논란이다. 한시적으로 보장금액을 대폭 상향하면서 통상적인 의료비 수준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보험상품 보장한도 가이드라인 및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어긴 정황도 포착됐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지난 1일부터 내달 31일까지 2개월간 제자리암과 경계성종양 수술비용을 2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설계사 교육용 자료에는 '건강검진시 떼어내기만 해도 2000만원 지급!'이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이미지=라이나생명 설계사 교육자료 발췌]

직장인은 통상 9월 이후 건강검진을 본격적으로 받는다. 건강보험·암보험 기가입자도 추가로 상품을 가입하라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계약은 사망보험금이며, 사망보장을 위한 보험료는 100원 내외다. 가입기간 중 사망관련 위험률은 매우 낮다는 의미로 실질적으로 사망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니다. 마케팅 포인트인 '간편고지통합제자리암경계성종양수술특약'에 가입, 제자리암·경계성종양 수술을 하면 20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해당 특약이 금감원 가이드라인과 보험업감독규정시행세칙을 위반한 소지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 2024년 11월 금감원은 '보험상품의 보장금액한도 산정 가이드라인'과 관련 행정지도를 명령했다. 행정지도란 보험사의 자발적인 협력에 기초해 일정 행위를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행위다. 이 행정지도는 2022년 행정지도인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과도 궤를 같이 한다. 현재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내 보험상품심사기준에 명시됐다.

관련 세칙에서는 '보장하는 위험에 부합하는 보험기간, 보험금 지급기준, 보장금액 한도 설정 여부를 판단해 보험상품을 심사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행정지도인 가이드라인 제6조 7항에서도 '수술담보의 경우 통상적인 수술비 및 요양비 등을 고려해 보장금액 한도를 정한다'고 명문화했다.

즉 통상적인 의료비를 지나치게 벗어나 보장금액을 산정할 경우 보험사기에 노출될 우려가 있으니 적절한 한도 내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지=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위), 보험상품 보장금액 한도 산정 가이드라인(아래)]

건강검진시 대장내시경 용종수술 및 제자리암·경계성종양 수술은 통상 10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2000만원을 보장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에서 정의한 '통상적'인 의료비를 지나치게 초과했다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악성암 수준으로 인정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모를까 실제 치료비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며 “한 회사가 판촉 차원에서 한도를 높이면 다른 회사들도 따라가면서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례는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

가령 지난 2022년 7월 암보험에서 유사암 진단비만 보장금액을 대폭 키워 문제가 됐다. 이에 금감원이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행정지도로 진화에 나섰다. 당시 금감원은 갑상선암, 기타피부암, 제자리암, 경계성종양 등을 유사암으로 분류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진단비가 아닌 수술비만 키워 행정지도를 우회하려다 다시 금감원의 권고로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일반암 대비 유사암 가입한도를 20% 이내로 한다'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지난해 3~4월에는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유사암 진단비를 대폭 높여 판매했다. 이에 금감원은 다시 '보험상품의 보장금액한도 산정 가이드라인' 행정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업계에서는 라이나생명의 이번 조치를 곱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감독원 조직개편 등의 문제로 혼란한 틈을 타 보험업법을 무시하는 영업행태를 본사가 주도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지속적, 반복적으로 유사암 보장금액만 확대되는 것을 막아왔다”며 “라이나생명의 제자리암·경계성종양 2000만원 보장 특약은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갱신형 특약에서 비갱신형 특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한도를 높인 것”이라며 “비갱신형 전환을 알리기 위한 일시적 조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실제 치료비와의 적정성 여부는 해석의 문제로 당국 혼란을 틈탄 판촉이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