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들이 연금개시 나이를 30세까지 낮춘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23년 보험개발원이 참조요율 제공 연령 구간을 확대하면서 관련 상품 설계가 가능해진 것이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고객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연금개시 나이를 30세까지 낮춘 ‘신한모으고키우는변액연금보험’을 판매 중이다. 지난 7월 출시한 ‘SOL메이트달러연금보험’도 연금개시 나이를 30세까지 낮췄다. iM라이프는 이달부터 ‘iM스타트PRO변액연금보험’의 개시 나이를 기존 45세에서 35세로 조정했다. IBK연금보험과 하나생명 역시 지난해 각각 ‘연금액평생보증받는변액연금’, ‘하나뿐인변액연금보험’을 출시하며 개시 나이를 30세로 설정했다.
연금개시 나이 하향은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 확대 덕분이다. 참조요율은 보험개발원이 보험사 경험통계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요율이다. 기존에는 45세까지만 제공됐지만 2023년부터 30세 구간까지 확대됐다. 일부 보험사는 자체 통계를 기반으로 그전부터 상품을 설계할 수 있었으나 시장성이 크지 않아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번 참조요율 확대로 자체 통계가 부족한 중소형사도 상품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이 30세 구간 통계를 제공하면서 연령별 연금 지급액 예측이 가능해졌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고객 선택권 확대에 따라 관련 상품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수요 확대로 직결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30세부터 연금을 받으려면 그 이전에 가입해야 하는데 청년층은 소득 여력이 부족하고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기 어렵다”며 “부모가 대신 가입해주더라도 해당 연령대의 부모로선 재정적 부담이 커 실제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연금개시 나이 하향이 최근 수년간 확대된 해외 투자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변액·달러연금은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채널을 통한 대표 판매 상품이다.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2521억원으로 전년 동기(1804억원)보다 7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국내외 주식·채권이나 달러자산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연금을 준비하려는 흐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변액연금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로 펀드를 구성해 투자 이익을 보험금이나 환급금에 반영하는 구조다. 일례로 iM스타트PRO변액연금보험은 글로벌멀티에셋자산배분형, 글로벌밸런스멀티인컴형 등 펀드를 통해 국내외 주식(ETF 포함)과 채권에 분산 투자한다. 달러연금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달러로 이뤄져 사실상 연금 가입과 동시에 달러 자산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금보험 시장에서 투자 성격이 강한 변액·달러연금 판매가 확대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며 “시장 확대의 관건은 연금개시 나이 하향보다는 투자 수요와 맞물린 상품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