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조기사망’, ‘상속 대비’ 등의 보장 목적보다는 ‘환급률 표’를 보여주며 세일즈를 하고 있는 게 최근 보험영업현장의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종신보험이 10년 후 목돈마련을 위한 ‘장기저축 기능’을 ‘사망보험금’ 보다 더 앞세운 상품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일명 ‘단기납종신보험’이나 ‘700종신보험’ 등이 대표적인 상품군입니다.

단기납종신보험은 5년 혹은 7년 완납 후 10년 시점에 해약환급률이 120%가 넘습니다. 700종신보험의 납입기간은 통상 20년이지만, 7년 후 납입원금(해약환급률 100%)에 도달합니다. 비과세가 되는 10년 시점에 해약, ‘목적자금마련’을 어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상품인 셈이죠.

지난 1일 메트라이프생명(이하 메트라이프)에서 ‘3년내고만족하는달러종신보험(무해약환급형)’이 출시됐습니다. 이 상품이 업계에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는 시각이죠.

[이미지=쳇GPT]


◆ 딱 3년만 내면 '끝'...가격경쟁력은 '최고'

상품은 ‘3년내고만족’한다는 상품명처럼 3년납이 핵심입니다. 다만 3년 후 납입한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등의 환급률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즉 저축 기능이 아닌 보장 기능을 강조한 상품이죠.

보험료는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보험료를 산출할 때 기본이 되는 적용이율(예정이율)은 3.6%입니다. 업계는 최근 2% 초반을 적용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무려 1%포인트 이상 높죠. 종신보험에서 적용이율이 0.5% 높으면 보험료는 최대 20% 이상 저렴하다고 합니다. 보험료 경쟁력이 높은 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게다가 무해약환급금형입니다. 납입기간 중 해약하면 환급금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보험료를 그만큼 또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자료= 메트라이프생명 3년내고만족하는달러종신보험 약관 갈무리]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현재 판매하는 상품 중에서 비교군이 없네요. 3년납이면서 동시에 달러종신보험은 업계에서 유일하죠. 그래서 경쟁 상품과 동일선상에서 보험료 경쟁력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네요.

◆ 은퇴 앞둔 자산가, 주목!

이 상품의 두 번째 핵심은 선납을 통해 연납처럼 납입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일반적인 보험은 매월 보험료를 내잖아요. 그러나 이 상품은 1년치 보험료를 먼저 납입(선납)할 수 있어요. 여유자금이 있다면 1년에 한번만 보험료를 납입하고 잊어버리면 되는 거죠. 1년치 보험료를 선납하면 평균공시이율만큼 보험료가 할인 됩니다. 2025년 현재 평균공시이율은 2.75%입니다. 1년치를 먼저 내면 11개월치 보험료에 대해 할인을 하죠.

현재 은행 적금 이자가 2.0% 초반이잖아요. 2.75%의 할인율은 매력적인 셈이죠.

할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보험가입금액이 커지면 2%에서 최대 7%를 할인하죠.

가령 50세 여성이 일반심사로 주계약 10만달러를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2%가 할인되어 월납으로 1년 납입보험료는 8714달러, 3년 총 납입보험료는 2만6142달러입니다.

[자료=메트라이프생명 상품 안내장]

가입금액을 10배 높여 100만달러면 통상 보험료도 10배 높아지지만, 이 상품은 7% 할인이 적용됩니다. 이 경우 월납으로 1년 납입보험료는 8만2695달러, 3년 총 24만8086달러입니다. 즉 가입금액이 클수록 활인이 많이 되는 거죠.

[자료=메트라이프]

만약 월납이 아닌 선납으로 매년 납입한다고 가정한다면 보험료는 더 할인되죠. 100만달러로 가입해 매년 선납한다면 1년 납입보험료 약 8만1676달러, 3년 총 납입보험료는 약24만5028달러입니다. 100만달러로 가입 월납하는 것보다 선납하는 게 무려 총 보험료 3000달러 이상이 낮아진 셈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400만원 이상 절약하는 셈이죠.

재테크에 밝은 독자라면 이미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이 상품의 핵심 타깃층은 20대나 30대가 아니죠.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사망보험금 준비가 되지 않은 자산가입니다. 짧은 기간 납입을 완료하고, 유가족에게 증여하거나 상속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상품이죠.

상품을 판매할 타깃층이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자산가’로 명확하기 때문에 이 같은 구조의 상품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죠. 때문에 가입금액이 클수록 보험료 할인이 커지고, 여기에 1년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선납을 활용하면 보험료가 더 낮아지는 거죠.

◆ 금감원장상 후보에 오를 상품입니다

업계를 주도할 정도의 판매실적을 기록하진 못할 듯 합니다. ㉠은퇴를 앞둬야 하고 ㉡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이 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판매도 어렵습니다. 이 상품은 철저하게 보상에 판매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납입원금 이상의 환급금을 받으려면 최소 20년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경쟁상품과 대비 저축기능에 대한 매력은 현저히 낮죠. 종신보험 본연의 목적에 맞춰 상속·증여와 관련 컨설팅을 진행해야만 판매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최근 종신보험 판매 트렌드는 저축기능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최근 종신보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명 ‘단기납종신보험’, ‘700종신보험’ 등은 비과세 조건을 충족하는 10년 시점에 원금 이상을 받습니다. 보장성보험의 큰형님인 종신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저축'을 강조해 판매하는 거죠. 보장성보험의 저축기능을 강조해 판매하니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죠.

메트라이프도 판매 실적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예측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종신보험 본연의 목적인 '보장'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출시하고 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죠.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소비자보호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죠. 보장에 초점을 맞춘 종신보험. 여기에 합리적인 보험료를 적용한 상품. 이 상품 금융감독원장상 후보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이 상품과 비슷한 상품이 많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강조하지 않아도 소비자 보호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AI 발전으로 정보를 쉽고 빠르게 검색하고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보험은 여전히 어렵고 해석은 부족합니다. 보험업계를 오래 취재하며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슈의 맥을 짚고 상품과 제도까지 쉽게 풀어가겠습니다. 독자의 눈높이에서 그러나 전문가의 시선으로 전하겠습니다. 보험EZ는 안내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