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디지털보험사가 많이 등장했죠. 한때는 거의 모든 보험사가 온라인전용상품 그러니까 디지털보험사로 일정부분 변모하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단 두 곳만 디지털보험사의 명맥을 잇고 있죠.

지난 2013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디지털보험사가 등장했습니다. 지금까지 근근이 버티고 있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죠. 국내 1호 디지털보험사입니다. 그리고 중소형 보험사인 KDB생명이 디지털보험에 크게 힘을 주었죠. 두 회사가 온라인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참 많은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시장에선 참 기대가 컸습니다. 설계사 중심의 대면채널은 조만간 디지털상품으로 시장을 거의 대부분 뺏기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죠. 일부 상품의 경우 사업비가 30% 이상이니 같은 보장에 더 저렴한 보험료를 찾는 소비자는 디지털보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주였죠.

실제로 디지털보험은 사업비가 대폭 줄어듭니다. 설계사에게 판매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가령 자동차보험은 대부분 비대면으로 직접 가입하잖아요. 조금 불편해도 납입하는 보험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종신보험, 암보험, 치매보험 등의 상품도 디지털기기를 사용해 온라인으로 가입할 것이라는 예상이었죠.

즉 디지털보험사 핵심은 핸드폰 등 디지털기기로 가입할 수 있는 편의성과 함께 저렴함이 무기인거죠. 사람들은 더 편한 것을 좋아하고, 더 가성비 좋은 것을 찾습니다. 이에 디지털보험사가 향후 대세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었죠.

참 많은 디지털보험사가 등장했었죠. 캐롯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등이 디지털보험사를 표방했어요. 그리고 한화생명의 경우 온라인 상품을 ‘온슈어(OnSure)’라고 브랜딩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죠.

[이미지 = 쳇GPT]


현실은 예상과 상이했습니다. 캐롯손해보험처럼 분사한 곳은 모기업에 재흡수됐죠. 디지털보험사로 분사하지 않은 곳은 슬그머니 상품을 감췄습니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 돌려보면 디지털보험사 성공 사례를 찾을 수 있어요. 대표적인 곳은 미국의 레모네이드(Lemonade)입니다. 2015년 설립했고, 2020년에는 나스닥에 상장했어요. 유럽 주요국에도 진출했죠.

레모네이드는 틈새시장을 찾았죠. 미국은 집을 본인이 소유하기보다 임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젊은층이 그렇죠. 이런 임차인이 가입하는 주택화재보험 형식의 상품을 판매했죠. 보험료도 기존 대면채널에서 가입하는 보험료의 반 이하였어요.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이 틈새시장에서 먹혔던 거죠.

중국의 장안보험(ZhongAn Online)도 2013년 설립해 자리를 잡았죠. 전자상거래 사기 보험, 배달보험, 해외여행 지연보험 등의 틈새시장을 찾았죠. 2017년 홍콩 시장에 상장할 정도로 승승장구했죠.

왜 우리나라에서 디지털보험은 지금까지 성공 사례가 나오지 않은 걸까요? 전문가들은 많은 규제를 이유로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핵심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즉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거죠.

미니보험으로 예를 들어보죠. 통상 월 보험료 1만원 미만, 가입기간 1년 이내를 보장하는 상품을 의미하죠. 1만원으로 1년을 보장하는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요. 이 상품으로 10%의 수익, 즉 1000원을 번다고 하죠. 100만건을 판매해야 10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일 상품을 매년 100만건 판매하기가 쉽지 않아요. 거의 대부분의 손해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는 여행자보험도 2022년에 78만건, 2023년에 179만건을 판매하는데 그쳤거든요. 그만큼 미니보험으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거죠.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 인구수가 적어 박리다매로는 보험사를 운영할 수가 없는 거죠.

라이프플래닛이 교보생명으로 재흡수 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는 디지털보험의 박리다매 영업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분석 때문인 거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어떻게 될까요? 대면채널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시장에서 만기가 긴 상품을 내놓아야 할 거에요. 그리고 그 상품이 잘 팔려야겠죠. 그러나 복잡한 건강보험을 설계사 없이 디지털로 그냥 가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