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공공기관 재지정이 예고된 금융감독원이 정치적·행정적 통제의 굴레에 묶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조직 개편안이 금감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흔든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고 그 산하에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맡아온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되며, 새로 출범하는 금감위는 금융감독 업무를 전담한다. 금감위 산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설치된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소원은 기존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신설된다. 정부는 금감원과 금소원을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조직 개편안에 변동이 없다면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은 2009년 1월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이후 17년 만이다. 재정경제부 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이듬해 1월 지정할 전망이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공공기관 지정으로 인해 금감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금감위뿐 아니라 재정경제부의 통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면서다. 조직 개편 강행시 내부 동요로 인해 이탈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금감원 직원 수백명은 금감원 로비에서 조직개편 반대 시위를 벌였다. 금감원 노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를 통해서라도 개편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 출신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되면 금감원은 금감위의 업무 통제뿐 아니라 재정경제부의 예산과 조직 통제까지 받게 된다”며 “기관 간 이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면서 일관된 업무 추진이 어려워지고 독립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감원은 정부 조직이 아닌 민간 특수법인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금융위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해왔다. 예산과 결산에 대해 금융위의 심의·의결을 받지만 예산 편성과 운영에서 상당한 독립성을 유지해왔다.

금감원의 운영 재원 대부분은 감독분담금과 발행분담금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운영수입 3850억원 중 감독분담금(2458억원)과 발행분담금(1336억원)은 각각 63.8%, 34.7%를 차지했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제공하는 감독·검사 서비스의 대가로 검사 대상 금융사들이 납부한다. 발행분담금은 공모발행증권 심사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증권 발행 기업이 납부한다.

즉 운영 재원의 99%를 자체 역량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확보해 온 셈이다. 세금으로 마련된 재정보조를 받지 않은 점이 그동안 금감원이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상당 부분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금감원 한 내부 관계자는 “조직 개편안이 시행되면 금감원 입장에선 시어머니가 둘로 늘어나는 셈”이라며 “금융사들 역시 금감원·금감위·재경부라는 다층적 통제를 동시에 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금감원장이 금감위원장 아래로 들어가게 되면 독립성 침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금소원 신설도 작지 않은 문제”라며 “인력 교류를 당근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기관 간 이동시 퇴사를 거쳐야 해 한 지붕 아래일 때보다 원활한 교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검사와 제재권이 금소원으로 넘어가는 만큼 기관 간 역할 중복과 혼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스포트는 내부 반발과 관련해 이찬진 금감원장 등에게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뚜렷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 원장은 “현재로서는 언론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