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를 하지 않아 병원에 자주 가면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오르고, 건강관리 앱 등으로 지속 관리하면 보험료 낮아진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이르면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하는 5세대 실손보험의 윤곽이다. 이 상품은 단순 손해율 관리를 뛰어넘어 데이터와 행동분석이 결합 된 상품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현재 판매 중인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도 100%를 이미 초과했다. 지난 2024년 말 기준 손해율은 111.9%(1세대: 97.7%, 2세대: 92.5%, 3세대: 128.5%)다. 4세대 실손보험은 2021년 7월 첫 등장했다. 3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이미 손실을 보는 상품이 된 셈이다.
참고로 4세대 실손보험은 출시 5년이 경과 되지 않았음에도 조기에 보험료를 인상한 것이다. 유의미한 통계가 집적되기도 전에 손해율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급등한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는 5세대 실손보험을 빠르게 개정·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손해율 악화를 억누르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이용행태 기반 요율 조정(Behavior-based pricing)’이다. 보험금 청구 횟수뿐만 아니라 가입자의 의료 이용 패턴, 건강관리 앱 활용도, 비급여 진료 빈도 등이 각 개인의 보험료에 반영된다. 즉 가입자의 건강관리 노력 여부를 측정, 수치화해 보험료에 녹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병원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거나 건강관리 앱에서 걸음수나 운동 여부를 측정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건강관리 앱을 사용하지 않거나 자주 병원에 가면 보험료 할증이 발생한다.
보험업계는 수년 전부터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생명·화재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운동량, 활동량, 심박수 등은 물론 수면패턴까지 수집하고 분석한다. DB손보는 헬스케어 앱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면 리워드를 지급한다. 한화생명은 사진을 통해 식단 인식 등 사용자 생활습관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신한라이프는 동작인식 기반으로 홈트레이닝 데이터를 수집한다.
다만 현재는 보험 가입자의 생활패턴 등을 수집·분석하는 초기 단계로 걸음마 수준이다. 또 일부 보험사는 건강관리에 대한 노력을 수치화해 요율에 반영하거나 리워드를 제공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개정하는 5세대 실손보험에서 이용행태 기반 요율 조정을 도입해도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일부분일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 의미는 크다.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사고 여부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할인된다. 자주 사고를 발생시키는 가입자는 그렇지 않은 가입자 대비 보험료가 급격히 상향 조정된다. 실손보험도 자동차보험처럼 급격히 바뀔 것이라는 의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5세대 실손보험이 어떻게 구조화될 것인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이미 3세대에는 할인을 적용했고, 4세대에서는 할인·할증을 모두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5세대 실손에서는 얼마나 건강관리를 하는지 여부를 측정하고 이를 보험료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편집자 주
1990년대부터 판매가 시작된 실손의료보험이 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정된 실손보험이 판매될 예정이다. 실손보험의 변화를 알아보고, 개정 실손보험 출시에 따라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심층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