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1990년대부터 판매가 시작된 실손의료보험이 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정된 실손보험이 판매될 예정이다. 실손보험의 변화를 알아보고, 개정 실손보험 출시에 따라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심층 분석했다. |
실손의료보험은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불린다. 가입자는 약 4000만명이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셈이다.
이런 실손보험은 1990년대 후반 처음 등장 후 큰 수술만 3번을 치뤘다. 수술을 거치면서 조금씩 더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기부담율이 지속 상승하면서 내가 내야 하는 의료비가 증가했다. 하지만 보험사 이런 개정은 실손보험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손해율 방어 차원이었다. 일부 보험사는 손해율 상승을 이유로 상품판매를 중단했지만, 아직 많은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 실손보험 변천사
실손보험의 전신은 1999년 삼성화재가 가장 먼저 ‘실손형 보장’을 내세운 상품을 판매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환자의 자기부담율은 전체 의료비의 약 50% 내외였다. 이런 자기부담율을 월 2만원 내외의 보험료로 보장을 받을 수 있었다.
삼성화재의 이 상품의 인기가 식을줄 모르자 경쟁사들도 앞다퉈 실손형 보장을 앞세운 상품을 출시했다. 또 2003년 8월에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제3보험 내 실손보험을 정의했다. 손해보험사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도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실손형 보장 상품 시장이 급성장했다.
다만 이 시기에는 각 보험사마다 상품이 보장 내용이 조금씩 상이했다. 다만 대부분의 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보험은 만기가 80세였고, 본인부담율은 없었다.
상품의 효용성이 높다는 것이 소문나자 실손보험을 주요 특약 등 미끼상품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영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본인부담율이 없다는 데 있었다. 병원에 가도 추가 의료비가 발생하지 않으니 의료남용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이에 2009년 10월에 금융당국이 상품 구조에 개입했다.
1999년부터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상품을 일명 ‘구세대 실손보험’ 혹은 ‘1세대 실손보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금융당국이 표준약관을 만든 2009년 10월 이후 상품을 ‘2세대 실손보험’으로 통칭한다.
2세대 실손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실손보험의 약관이 ‘표준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표준화 실손보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본인부담율이 생긴 것도 큰 특징이다. 본인부담율은 5000만원 한도에서 급여·비급여 모두 10%다. 통원치료에 대해서는 방문횟수를 제한해 의료남용을 막았다.
2세대 실손보험은 2013년에 한번 더 바뀌었다. 입원치료를 구분해 본인부담율 20%·10%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단독형으로 따로 가입해야 했다. 그간 실손보험을 특약으로 끼워넣어 판매해 여러 부작용이 있다고 금융당국이 판단한 게 배경이다.
갱신주기도 1년으로 짧게 변경했다. 3년 혹은 5년 갱신의 경우 보험료 인상폭이 크게 체감된다.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보장기간은 100세까지로 재조정되었으나 15년 재가입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2세대 실손보험에서 본인부담율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남용 문제는 여전했다. 이에 2017년 4월 다시 3세대 실손보험이 개정·출시된다.
3세대 실손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손해율이 높은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했다는 점이다. 특약은 ➀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②비급여주사제 ③비급여MRI 등 세 가지다. 이들 특약은 본인부담율이 30%로 상향 조정됐으며, 특히 특약 ➀·②의 경우 각각 연간 50회 이내에서 보장횟수가 제한됐다.
다시 말해 1세대에서 3세대로 개정되면서 실손보험 가입자의 본인부담율은 갈수록 높아졌다. 다시 말해 보장이 줄어든 셈. 그럼에도 손해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결국 2021년 7월 4세대 실손보험이 나오게 된다.
4세대 실손보험은 현재 가입 가능한 상품이다. 가장 큰 변화는 급여와 비급여를 분리하고 본인부담율에 차등을 두었다는 것이다. 본인부담율은 급여 20%, 비급여 30%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이다. 비급여의 본인부담율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가입자의 의료비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상품 경쟁력이 낮아졌다는 것. 다만 이로 인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줄었다. 재가입주기도 기존 15년에서 5년으로 짧아졌다.
실손보험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수정되고 다듬어졌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의 본인부담율은 지속 상향 조정되어 왔다. 가입자의 의료비부담을 높여 과잉의료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손해율 악화를 방어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보장을 위해 손해율 악화를 방어해야 한다. 이에 가입자 입장에서도 본인부담율을 높이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과거에 해당 상품을 판매했던 많은 생명보험사가 현재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이 반증이라는 의견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여년간 실손보험은 4번의 대수술을 거치면서 발전해왔다”면서 “의료남용을 줄이는 한편 보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본인부담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5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본인부담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손해율 악화를 방어하면서 지속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