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최근 ‘통합안내센터’란 곳으로부터 보험료 절감 대상자라는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 모든 개인보험에 ‘보험료 차등제’가 도입, 보험금 청구가 적은 고객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신청하지 않으면 혜택을 못받아 고객에게 직접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한다면 전문가가 방문해 보장 내용을 점검하고 보험료 조정을 도와주겠다는 권유도 이어졌다. 며칠 뒤 A씨는 법인보험대리점(GA) G사 소속 설계사의 방문을 받았다.
최근 ‘보험료 절감 대상자’라는 명목으로 고객을 만나 승환계약을 유도하는 영업행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통합안내센터’, ‘보장분석센터’ 등 정부기관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고, 기존 보험을 해지하거나 변경하도록 권유하는 방식이다.
9일 뉴스포트 취재에 따르면 앞서 A씨는 총 세 차례에 걸친 전화 끝에 GA인 G사 소속 설계사의 방문을 받았다. 첫 통화 상대는 본인을 국내 36개 보험사가 등록된 통합안내센터 소속이라고 소개하며 A씨의 개인정보를 확인한 뒤 보험료 절감 대상자임을 알렸다. 이어 전문가가 방문해 보험을 무료로 점검하고 보험료 절감 신청도 돕겠다고 안내했다.
A씨가 동의하자 약 30분 뒤 ‘해피콜’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 주소, 생년월일, 암·심장·뇌혈관질환 진단 이력 등 A씨의 개인정보를 재확인했다. 이후 방문 예정 설계사가 직접 연락해 일정을 조율하고 최종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통합안내센터가 정부기관이란 점 ▲지난해 7월부터 모든 개인보험상품에 보험료 차등제가 시행됐다는 점 ▲보험금 소액 청구 고객은 보험료 할인이 가능하지만 본인은 신청하지 않아 아직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점 등을 전달받았다. 결국 전문가가 방문해 보장 내용을 점검하고 보험료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상담 결과 이들은 정부기관 소속이 아니었다. 또 보험료 차등제는 지난해 7월부터 4세대 실손의료보험에만 적용되는 제도다. 4세대 실손보험 갱신 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수령액을 구간별로 나눠 비급여 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방식이다. 질병·상해·사망보험이나 4세대 이전 실손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모든 상품에 적용된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
업계는 이 같은 영업의 목적이 승환계약에 있다고 본다. 승환계약은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유사한 보장의 새 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것을 말한다. 보장 점검과 보험료 절감을 명목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기존 계약을 해지하거나 추가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도 이에 해당한다.
승환계약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시키거나 새 계약 체결 후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시키는 행위는 불법이다. 특히 보험업법은 1개월 또는 6개월 내에 이뤄진 승환계약 중 부당한 경우를 규제하고 있다.
이 같은 행위가 형법상 사기죄 적용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성립한다. 정부기관 소속이라고 속이거나 모든 보험 상품에 보험료 차등제가 적용된다고 허위 안내해 가입을 유도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당 영업은 고객 정보를 활용한 전형적인 DB영업으로 보이며 대부분 승환계약을 목적으로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객을 기망하는 등 사기성이 짙은 영업행위로 인한 민원이 다수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GA 관계자는 “특정 지점에서 고객 DB를 구매해 소속 설계사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설계사 방문에 앞서 전화를 건 두 명이 DB업체 소속인지 여부를 현재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