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지난해 대규모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금 유출입만 놓고 보면 주요 보험사들이 줄줄이 수지 역조를 경험했다. 일부 보험사가 가까스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각 사의 수입보험료에서 지급보험금과 사업비를 차감한 금액은 ▲삼성생명 마이너스(-) 6조4329억원 ▲흥국생명 -2조7023억원 ▲농협생명 -2조4417억원 ▲신한라이프 -2조1011억원 ▲교보생명 -1조2420억원 ▲동양생명 -5123억원 순이다. 한화생명과 KB라이프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적극적으로 유동성 관리에 나선 결과란 평가다.

[이미지=생명보험협회 통계에서 재구성]

한 투자은행(IB)업계 보험전문가는 "2023년부터 심화된 보험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과거 저축성보험 가입자들의 비과세 요건 충족으로 인한 대량 해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드러난 수치마저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유동성을 방어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초 보험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공황상태에 가까웠다"고 평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일반계정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5조931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574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NH농협생명은 33%(2조300억원→2조7007억원), KB라이프는 81%(7028억원→1조2729억원) 증가했다. 신한라이프도 전년(7875억원)보다 18% 증가한 9325억원을 거뒀다.

삼성생명(4조1194억원)과 교보생명(3조9289억원)도 전년보다 줄긴 했지만 높은 수준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를 유지했다. 동양생명도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과거 세법 개정을 우선 꼽는다.

지난 2012년 8월 보험 가입 후 10년 경과 전에 중도인출 할 시 과세한다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이어 2013년 1월 저축성보험에 개인당 2억원 비과세 한도를 설정한다는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됐다. 이러한 세법 개정 직전 저축성보험 절판 마케팅이 성행하며 가입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초 사이 가입한 저축성보험 가입자의 10년 경과 시점은 2022년과 2023년 잇따라 도래했다. 이에 2022년 생명보험사들의 보험수지차는 약 -17조원(일반계정 기준)에 달하며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2021년만 해도 생보사들의 보험수지차는 약 50억원(일반계정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구 국제회계기준(IFRS4)상 보험수지차는 수입보험료에서 지급보험금(보험금·환급금·배당금)과 사업비를 차감해 구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에도 여전히 보험사의 유동성 현황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보험수지차의 계산은 IFRS17 도입 후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