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A씨. 2023년 말 현대해상 어린이종합보험과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출산 직후 발급받은 자녀의 주민등록번호를 현대해상 ARS 시스템으로 직접 등록했다. 이후 세 차례 보험금을 청구했고 정상적으로 지급받았다. 하지만 최근 자녀의 주민등록번호가 잘못 입력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입력 과정에서 ARS에 주민등록번호를 잘못 눌렀다며 책임이 고객에게 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보험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 등록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현대해상의 전산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수차례 보험금이 지급되는 동안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뒤늦게 문제를 파악한 현대해상은 책임을 오히려 고객 실수로 돌려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14일 뉴스포트 취재에 따르면 현대해상에 등록된 A씨 자녀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7자리가 모두 잘못 등록돼 있었다. 현대해상은 입력 당시 A씨가 번호를 잘못 눌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출생신고 직후 확인한 번호를 그대로 입력했기 때문에 실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진=언스플래시]

A씨는 "주민센터에 출생신고 후 정확히 번호를 확인하고 등록했다"면서 "출산 직후 부모가 아이의 생년월일과 성별마저 다르게 기입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두 자리가 틀렸다면 이해하겠지만 뒷자리 전체가 잘못 등록돼 있었다"며 "현대해상 측의 시스템 오류 또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는 보험사를 신뢰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잘못된 주민등록번호로 수차례에 걸쳐 보험금 청구와 지급이 이뤄졌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통상 보험금 청구시 병원 진료기록 등을 계약자 정보와 대조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확인됐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계약 인수시 고객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정합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마련돼 있다"면서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팝업 등으로 오류를 알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상 걸러내지 못하는 극히 예외의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도 "보상이 이뤄지는 단계에서 해당 오류를 인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오류 경위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인해 현대해상 측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ARS 입력 과정에서 고객이 번호를 잘못 눌렀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현대해상 소비자보호부 관계자는 "ARS 과정에서 음성 녹취는 남아 있지만 어떤 번호를 눌렀는지는 회사로서도 확인할 수 없다"면서 "고객이 입력한 번호가 자동으로 전산에 연동되는 구조이므로 고객 실수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사원을 통해 경위서와 초본을 제출받아 오류를 정정했다"며 "잘못된 주민등록번호로 계약이 체결됐더라도 보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은 상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고객이 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해당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신생아의 경우 신용평가사나 주민등록증 조회 등을 통한 신원 확인이 어렵고 청구 금액도 소액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번호 수정시 불편함을 드린 고객분께 사과드리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태아 확정 프로세스를 재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