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바로보장'...보험사 건전성 '역풍 우려'

한화손보·신한라이프 바로보장 판매 중단...손해율 악화 영향

여지훈 승인 2024.10.29 10:41 의견 0

가입 후 바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일명 '바로보장' 상품이 보험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로보장 상품은 면책·감액 조건을 없앤 상품이다. 이에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바로보장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도 바로보장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한화생명,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사는 물론 흥국생명·화재, ABL생명, MG손보 등 중소형 보험사도 바로보장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미지=DALL·E]

통상 보험사는 암·간병·치아보험 등에 대해 면책·감액 조건을 설정한다. 가입 후 90일 내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금을 부지급하고, 1년 내 보험사고 발생시 50% 감액 지급하는 식이다. 반면 바로보장은 이런 면책·감액 없이 보험 가입 직후부터 보험금을 전액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바로보장 판매시 보험사는 별도의 가입 조건을 두고 있다. 가령 메리츠화재는 당·타사 암진단비 담보를 최소 1년 유지할 시에만 암진단비나 암주요치료비 담보의 바로보장 가입을 허용한다. 현대해상, KB손보, 한화생명 등도 이와 유사한 조건을 두고 있다. 무분별한 인수로 인한 역선택과 손해율 악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다만 이런 조건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이달 11일 바로보장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라이프도 올해 초부터 이어온 바로보장 상품 판매를 지난달 중지했다. 손해율 악화가 판매 중단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진단비 담보 위주로 이뤄졌던 바로보장이 점차 표적항암치료, 암주요치료비 등 다른 담보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진단비 담보에서 손해율 악화가 두드러지지만 향후 다른 담보에서도 손해율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유병자일수록 바로보장에 대한 니즈가 크다"면서 "역선택이나 모럴해저드 위험으로 인해 손해율 악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특히 유방암 진단비 담보에서 가입 직후 근접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우려가 과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가입자의 모럴해저드 가능성을 과대평가한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가입자에게 새로 출시된 좋은 상품을 안내하고 가입시키는 영업행태는 늘 있어 왔다"면서 "바로보장 역시 기가입자가 더 나은 상품으로 가입하도록 유인한다는 측면에선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제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정상적으로 계약을 유지해오던 가입자가 새 상품에 가입했다고 해서 돌연 모럴해저드 위험이 높아진다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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