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에 스타킹 신으시는 거죠."
"바지이신가요 치마이신가요."
"보험 문의합니다. 페북보고 연락했어요."
최근 보험 문의를 핑계로 여성 보험설계사들에 접근, 수위 높은 성희롱을 일삼는 이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 설계사들 사이에선 반복적으로 성희롱을 자행하는 이들을 '블랙리스트'로 선정, 신고를 위한 증거 자료 확보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사례가 많을수록 가중처벌이 가능해 상습적 가해자들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가망고객으로 가장한 성희롱 가해자들로부터 성적 수치심 등 정신적 고통을 받은 여성 설계사들의 수가 최근 부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이들이 옷차림과 외모 등 보험과 무관한 발언을 지속하고, 주로 SNS를 통해 연락처와 근황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제보자]
현재 한 여성 설계사 커뮤니티에서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이들의 수만 해도 30여명. 반복적으로 관찰된 사례로는 ▲회사 대표라며 단체보험 문의 후 방문시 치마나 스타킹 등 특정 복장을 요구하는 경우 ▲본인을 밝히지 않은 채 오픈 채팅으로 연락 후 성적 발언을 일삼는 경우 ▲계약을 체결하겠다며 모텔로 방문을 요청하는 경우 ▲'누나'라고 부르며 접근 후 본인의 성기 사진 등 음란물을 보내는 경우 등이 있었다.
복수의 피해자에 따르면 당초 이들은 계약 체결이 아닌 여성 설계사들과의 만남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보험료를 내지 않아 실효 해지된 건만 수십 건에 달한다고도 전해졌다.
그동안 설계사들은 이들과의 접촉을 단순히 개인적 안 좋은 경험으로 치부, 연락처를 차단하는 정도로만 대응해왔던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여성 설계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 사례가 활발히 공유되면서 신고를 위한 증거 확보 움직임이 커지는 분위기다. 과거 삭제했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복구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해자에 관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그간 불명확했던 정체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었다.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해온 이들 중에는 동일인이 여러 개의 이름과 연락처를 번갈아 사용한 경우도 관찰됐다.
이들 가해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게 경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문자나 통화 등을 통해 성희롱하는 경우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동일인에 의해 다수의 여성 피해 사례가 확보될 경우 가해자는 가중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따르면 본인이나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우편·통신매체 등을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글·그림·영상 등을 전달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처벌을 위해서는 피해자 진술이 전제돼야 한다. 개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므로 피해 당사자의 진술이 없을 경우 법정에서 사건 성립이 안 된다고 판단, 기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와 관련해 여성 설계사 커뮤니티 대표 운영자는 "현재 설계사들 사이에서 피해 사례를 널리 알리며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향후 형사고발을 위한 단체 행동도 적극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