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이직 리스크]② DB 무상제공 약속 믿고 이직하니...수수료까지 속여

DB는 유상판매, 수수료는 과소지급

여지훈 승인 2023.06.21 15:10 | 최종 수정 2023.06.21 16:50 의견 0
◆기사 게재 순서
① "조직원과 대화시 해촉됩니다"...GA의 '숨 막히는' 불법조직관리 정황
② DB 무상제공 약속 믿고 이직하니...수수료까지 속여
③ 대표까지 나서 사과했지만...'사고 친' 본부장은 "잘 사네"

법인보험대리점(GA) A사 소속 B본부장이 설계사 모집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급하며 설계사를 모집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일종의 기망행위에 해당, 사기죄 혐의가 인정될 수 있어서다.

21일 GA업계에 따르면 B본부장은 당초 약속한 것보다 현저히 적은 수수료를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설계사 수수료 규정이 복잡한 점을 악용, '총량'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설계사들을 속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픽사베이]

관행 악용한 수수료 사기...설계사 이직 부담 노린 듯

통상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는 계약서상 내용만으로는 정확한 계산이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보험상품별 평가 인정률 및 지급률이 다르고, 유지율과 환수규정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 이에 업계에서는 테이블(표)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이야기하는 게 관행이다.

수수료 계산시 대부분 설계사가 '100%'를 총량으로 잡는다. 이는 보험사로부터 나오는 금액 전부를 수수료 계산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만약 보험사로부터 1000만원이 나온다고 가정하고 설계사가 '70테이블'을 약속 받았다면 설계사가 700만원을 받고 나머지 300만원을 GA본사와 본사 관리자들이 가져가는 식이다.

B씨는 구두계약을 진행하며 이러한 관행을 악용했다. GA본사와 관리자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뺀 금액을 총량으로 삼았다. 70테이블을 약속했지만 기준점인 총량이 달랐던 셈이다.

낮아진 총량에서 70%를 줬으므로 실제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처음 보험사로부터 지급된 금액의 약 50% 수준에 불과했다. 뒤늦게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설계사들이 항의했지만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이직하라는 답변만 들었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이 잦다고는 하나 쉬운 결정만은 아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 설계사코드를 말소하고 재발급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 만약 현재 다니고 있는 GA와 문제가 있다면 코드 재발급 기간도 2개월 이상으로 길어진다. 코드가 나와야만 영업할 수 있는 설계사로서는 2개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한 설계사는 "영업을 못해 발생한 금전적 손실도 크지만 잦은 이직은 설계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까지 떨어뜨린다"며 "이직 부담이 크다는 점을 알고 일단 모집 후 나중에 못 주겠다는 식의 배짱을 부린 것"이라고 짚었다.

◆ 영업용 DB '무상' 제공 약속했지만..."돈 주고 사세요"

GA인 A사는 이직자들에게 경쟁사 대비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점장 등 관리자급에는 지점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임차비 등을 지원하고, 일반 설계사에는 직전 연봉의 최대 50% 정착지원금(썹시드)을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영업에 필요한 양질의 DB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까지 광고해 설계사들의 이직을 유인한다.

B씨도 동일한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초 약속했던 DB와 제공된 DB의 수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한 설계사는 "매달 150만원어치의 DB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약속했는데 실제로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양만 제공받았다"며 "조직 내 인원이 급증하자 DB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 양과 질마저 점차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제보자들은 앞서 B씨가 수수료 총량에서 떼 먹은 돈으로 DB를 구입하는데 충당했다는 시각이다. 겉으로만 '무상'을 내세웠을 뿐 사실상 DB 비용을 설계사 수수료에 전가한 셈이라는 것.

심지어 영업 활성화를 위해 DB를 구입하라고까지 종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상제공을 약속했지만 돈을 주고 사라고 압박한 것이다.

한 설계사는 "기존 설계사들에는 DB를 구매하라는 식의 글이 자주 공지로 올라왔다"고 전했다. 이어 "보험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설계사는 영업을 위해 DB가 필수"라며 "무상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상 판매였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타인을 속일 경우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B씨의 기망행위는 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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