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기납 종신 환급률 줄여라' 금감원 경고에도...한화손보 '오히려 기회'
간병보험 환급률 104%...5년 종신보다 좋은 저축기능 앞세워 '절판'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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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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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해보험이 '단기납 간병보험'을 출시, 환급률을 강조하며 경쟁에 나서 금융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환급률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저축성 기능을 부각한 측면이 단기납 종신보험과 동일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오인,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다며 상품 개정을 권고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업계 최초로 5년납 간병보험인 '한화 RICH(리치) 간병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장기요양진단비, 치매진단비, 파킨슨병진단비 등을 보장하는 보장성보험이다.
하지만 정작 강점으로 내세운 건 보장기능이 아니다. '업계 최초 단기납'이며, 짧은 기간에 환급률이 원금을 웃돈다는 점이다. 보장성보험을 판매하면서 저축성 기능을 강조하는 것.
가령 40세 남성(1종)이 5년간 1811만원의 보험료를 완납하면 해지시 1890만원을 돌려받는다. 해지환급률은 104.3%다. 그러면서 5년 납입 만기시 101.3%의 환급률을 기록하는 종신보험과 비교한다. 즉 생보 종신보험보다 한화손보 상품의 저축성 기능이 더 좋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보장성보험을 저축보험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지난 9일에는 생보 상품개발임원을 소집, 저축보험으로 오인될 수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상품을 개정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이러한 입장에서 한화손보가 무리해서 단기납 간병보험을 출시, 판매하는 것은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근 대형 생보사가 단기납 종신보험 시책(판매 보너스)을 대폭 높이면서 보험시장의 자금을 쓸어갔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항하기 위해 한화손보도 단기납 간병보험을 출시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내부 교육용 자료에서도 종신보험과 환급률을 비교하고 있어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게다가 설계사 본인에 의한 계약과 그 판매 수당까지 인정하면서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보장성보다는 저축성을 부각한 점이 단기납 종신보험을 닮았다"며 "보장성보험의 저축 컨셉 판매가 생보에 이어 손보업계로 확장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보험상품개발 담당 임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보험사 간 출혈경쟁이 심화하자 금감원이 상품 개정 등 압박에 나섰다"면서 "손보 간병보험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회사로 인해 상품 개발에 점점 제한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이는 고객 선택권의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기납 간병보험에 대한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불완전판매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의 긴 납입 기간을 10년 이하로 축소한 상품이다. 해지환급금이 원금을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점을 내세우며 보험사 간 판매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800% 내외의 시책을 내걸며 순위 경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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