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분담금 공제 말라"는 법원 판례에도...KB손보 '어깃장'
KB손보 "대법 판결 아닌 이상 제3자에 적용할 순 없어"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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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9 14:33 | 최종 수정 2023.06.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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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 지급시 위험분담금을 공제해 논란이다. 최근 법원은 위험분담금을 공제하지 말라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위험분담금은 제약사가 고가의 신약을 보조(건강보험 급여화), 의료비 일부를 환급하는 제도다. KB손보는 '이득금지원칙'에 따라 제약사가 환급하는 돈은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위험분담금을 공제하고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2022가단5260084)의 판결과 다르다. 서울지법은 실손보험 가입자(피보험자) 손을 들어주면서 보험금에서 위험분담금을 공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의료기관에 입원·통원해 치료받거나 처방 받는 경우 본인이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피보험자가 고의로 사고를 유발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을 우려, 실제 부담한 비용을 넘어 보상할 순 없다는 '이득금지의 원칙'이 적용된다.
문제는 보험사가 해당 원칙을 포괄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쟁점이 된 위험분담금도 마찬가지다.
위험분담금은 약값의 일부를 제약사가 환자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환자가 직접 제약사에 환급 신청을 할 경우 지급한다.
KB손보는 위험분담금이 실손보험 이득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환자가 약값의 일부를 환급받으므로 이를 공제한 실제 지출 의료비만큼만 지급하겠다는 것. 가령 약값이 500만원이고, 200만원을 위험분담금으로 돌려받았다면 실제 지출한 300만원만 보장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KB손보와 달리 위험분담금을 공제하지 않고 실손보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제약사가 약값 일부를 지원하더라도 환급금을 신청하는 것은 결국 환자의 선택이다. 위험분담금을 공제하는 것은 환자의 선택에 따라 받지 않을 수도 있는 지원금이다.
고객의 실손보험 약관에도 "피보험자는 보험기간 중 발생된 질병으로 인해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경우 본인이 부담한 투약·처방료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어디에도 "위험분담금을 통해 환급되는 금원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다. 즉 약관에 따른 근거 없이 위험분담금을 보험사가 공제한다는 시각이다.
게다가 위험분담금의 본질은 치료비를 환급해주는 것이 아니다. 치료효과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신약 사용의 위험에 대해 '보상'해 주는 것이다.
만약 신약의 급여 결정을 치료성과와 연동할 경우 기대한 수준의 치료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급여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급여를 하기로 하고, 제시된 치료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제약사가 약제의 전체 청구 금액 중 일부를 환급해 주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KB손보 관계자는 "1심 판례가 나왔다는 사실은 우리 쪽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소송건은 대법 판례가 아닌 이상 당사자에게만 국한하므로 제3자의 판례를 적용해 처리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지어 고객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은 현재 보험사가 항소를 한 상태"라며 "대법원에서 결론이 나오지 않아 누가 승소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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