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을 ‘허위로’ 판매한 설계사에게 지급한 수당을 보험사가 돌려받는 '환수기간'이 대폭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가입 후 1년만 계약을 유지해도 환수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는 2년, 3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일명 ‘허위계약 근절 대책’에 따른 영향이다.
2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일 손해보험사로부터 허위계약 근절 대책을 보고받았다. 대책에는 ▲자체 규정 개정 ▲재무적 영향 분석 ▲유입 방지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보험설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체 규정 개정이다. 특히 업계는 보험상품 판매에 따른 수당 환수 규정이 핵심이 될 것으로 해석한다. 환수 규정은 각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환수는 일정 기간 내 계약이 해지됐다면 설계사에게 지급했던 판매수당(수수료+시책)을 보험사가 다시 가져가는 것을 뜻한다.
허위계약은 설계사가 타인의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하되 보험료는 자비로 지급하는 계약을 말한다. 즉 설계사와 계약자가 경제적 동일체인 것. 설계사의 수입(판매수당·해약환급금)이 지출(납입보험료)보다 많아 '무위험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허위계약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3가지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첫째로 판매 수수료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판매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 판매 수수료 축소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둘째로 시책을 줄이는 것이다. 시책은 판매 수수료 이외의 추가 보너스다. 과거 시책은 월납보험료의 200% 내외에 그쳤다. 월납 보험료가 10만원이면 시책이 20만원 정도였던 것. 그러나 법인보험대리점(GA)이 활성화되면서 시책이 불어났다. 최근에는 800%가 넘기도 한다. 시책을 높이면 그만큼 설계사의 판매 유인이 커지므로 보험사 간 시책 경쟁이 치열해진 것.
업계에서는 시책을 줄이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GA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게 배경이다. 가령 A보험사는 월납보험료 600%의 시책을 지급하는데 B보험사는 500%만 지급하면 GA 소속 설계사는 A사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매출을 높이는 가장 빠른 카드가 시책인 셈. 따라서 보험사가 시책을 줄이기란 쉽지 않다.
셋째로 환수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업계에서 가장 현실성이 큰 방법으로 꼽힌다.
가령 월납보험료가 10만원일 때 1년치 수당·환급금이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120만원)를 초과하면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13개월차 수당에 대한 별도의 환수 규정이 없어 1년 후 계약을 해지해도 설계사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었다. 즉 1년만에 '먹튀'가 가능했던 것.
환수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면 이런 먹튀가 불가능하다. 13개월차 수당까지 다 받은 상황에서 수입(수당·환급금)은 큰 변함이 없는데 지출(보험료)은 총 240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 지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환수기간이 늘어날수록 허위계약이 줄어드는 이유다.
환수기간을 늘리다 보면 허위계약에 따른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시점이 온다. 차익거래가 불가능해지는 '손익분기점'인 셈. 금감원은 차익거래가 나오지 않게 한다는 원칙 아래 각사 자율로 환수기간을 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환수 규정 개정은 보험사 간 차이가 있다. 2차년도 수당에서 시책 비중이 큰 손보사는 시책에 대한 환수 규정을 신설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즉 환수기간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반면 생보사는 2차년도에 판매 수수료를 많이 주고 이를 적게 환수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시책보다는 수수료 규정을 손본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시책 규정은 회사 기준만 바꾸면 곧바로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수수료 규정을 개정하려면 보험사가 GA에 최소 한 달 전 안내해 협의해야 한다. 이 점을 감안, 생보사는 손보사보다 1개월 연장한 내달 말까지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금감원은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200%룰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수당 경쟁이 일부 완화됐지만 13개월차 수당이란 우회적 방법이 생기며 허위계약이 다시 늘고 있다"며 "환수기간기 늘어나면 차액거래를 원천 차단해 허위계약 유인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명 '1200%룰'은 전속 설계사나 GA가 받는 초년도 판매수당이 월납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보험사 간 판매 경쟁이 과열되자 2021년 도입됐다. 하지만 13개월차 수당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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