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IFRS17 계리적 가정 산출 오류...CSM 거품 끼었나?

금감원, 저해지 종신보험 예정해지율 가정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
예정해지율 산출 기준 CSM 가이드라인에 반영 예정

여지훈 승인 2023.05.22 10:35 | 최종 수정 2023.05.23 09:34 의견 0

금융당국이 DB생명, DB손보, KB라이프생명, 현대해상 등 4개 보험사의 계약서비스마진(CSM) 관련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중 생명보험사는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 등 일부 상품의 계리적 가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계리적 가정을 지나치게 유리한 방식으로 산출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진=금융감독원]

22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DB생명 등 일부 생보사에 CSM 관련 수시 검사를 진행한다. 금감원은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의 계리적 가정이 합리적으로 설정됐는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만약 예정해지율에 대한 가정이 비합리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의견이다. 계리적 가정을 변경하면 미래 현금흐름 추정치가 변동된다. 현금흐름 추정치 변동은 CSM 조정으로 되돌아온다.

만약 예정해지율의 계리적 가정을 실제 발생할 해지율보다 더 크게 잡았다면 CSM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보험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DB생명 등은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에 대한 예정해지율을 높게 가정, CSM이 커졌을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관측이다.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은 표준형 상품보다 중도환급금이 낮다. 이에 표준형보다 예정해지율을 적게 설정해야 한다.

올 1분기 DB생명의 CSM은 1조6649억원이다. 보험부채의 최초 인식 시 보험료에서 보험금 등 지급의무를 차감한 것이 CSM이다.

DB생명은 전체 판매상품에서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26%다. 해당 상품의 계리적 가정을 적절한 수준으로 수정할 시 CSM 규모가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은 지난 2016년부터 판매됐다. 보험료 산출시 예정이율, 예정사망률, 예정사업비율만 반영하는 표준형 보험과 달리 예정해지율을 추가로 반영한다.

이 상품은 실제해지율이 예정해지율보다 낮다면 보험사가 지급할 보험금 등의 지급의무가 증가한다. 무·저해지 환급금 지급 기간 내에 중도 해지자가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 중도 해지자가 적다면 예상보다 많은 계약유지자에 지급할 보험금 등이 증가하는 것.

만약 일시납 보험료로 1000원을 받고 예정해지율을 높게(중도 해지자가 많다고) 가정해 보험사의 보험금 등의 지급의무가 800원이라면 CSM은 200원이 된다.

그런데 몇 년간 보험금 등 지급의무와 CSM을 각각 120원과 30원만큼 상각한 후 막상 실제해지율이 낮다면(중도 해지자가 현저히 적다면) 보험사는 해지율가정을 변경해야 한다.

이에 지급의무를 900원이 되도록 CSM을 220원(=900-(800-120))만큼 감소시켜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감소시키기 전 CSM 잔액이 170원(=200-30)이다. CSM은 음수가 될 수 없으므로 CSM을 0으로 만든 뒤 남은 50만큼을 손실로 인식해야 한다. 이 경우 향후 CSM 상각을 통한 보험수익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보험사의 수익성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DB생명 관계자는 "해지율 관련해서는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검토받은 사안이기 때문에 적정하게 산출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CSM 산정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조심스레 나온다.

한 보험전문 회계사는 "이번에 가정을 바로잡을 시 CSM 변동이 과하다면 오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며 "만약 CSM 변동이 과하다면 감사보고서를 재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회사를 감사한 회계법인의 책임으로까지 논란이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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