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종신보험 '떨이 판매'...업계 최고 700% 시책 걸어
7월 연금 신상품 출시 전 종신보험 목표액 채우기 행보
업계 2위 한화생명에 매출 뒤진 것도 영향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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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8 14:08 | 최종 수정 2023.05.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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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종신보험 떨이 판매에 나섰다. 시책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환급률도 상향 조정한 것.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통한 영업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와는 사뭇 대조되는 행보다. 업계에선 오는 7월 새로운 구조의 연금보험 출시 전 종신보험 판매 목표치를 채우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달 GA 소속 설계사 대상 행복종신보험 시책비로 월납 보험료의 700%를 제시했다. 설계사는 7년납 이상 신계약 체결시 다음달 월납보험료의 400%를 받는다. 고객이 1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13차월에 추가로 300%를 받는다. 모두 현급 지급이다.
현재 다른 보험사가 유사 상품에 제시하는 시책이 통상 300~400% 수준임을 감안하면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시책은 설계사가 보험계약 채결의 대가로 받는 영업수수료 외 인센티브 수당을 말한다.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판매한다. GA소속 설계사는 높은 시책이 걸린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 설계사에게 더 많은 경제적 효익이 생기기 때문. 같은 종신보험일 경우 시책이 큰 상품을 더 많이 권유하게 되는 것. 시책 규모가 상품의 판매 실적을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생명은 환급률도 개선했다. 40세 남자 기준 행복종신(2형 플러스) 5년납 가입시 완납 시점에서의 환급률은 104.0%다. 7년납의 완납시 환급률은 108.6%다. 7년간 1000만원의 보험료를 냈다면 7년 해약시점에 1086만원(세전)의 해약환급금을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업계는 파격적인 시책과 환급률보다도 시행 주체가 삼성생명이란 사실에 더 주목한다. 업계 1위를 지켜온 뒷배경인 브랜드인지도가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한 번 'GA 대세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생명이 한화생명에 판매실적이 뒤처진 시기가 있었다"며 "이 점이 업계 1위란 자존심에 생채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생명이 무리하게 시책을 운영하는 것은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며 "익월 지급하는 400% 시책은 1200% 룰을 지키는 선 안에서 지급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말했다.
'1200%룰'은 전속 설계사나 GA가 받는 초년도 판매수당이 월납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보험사 간 판매 경쟁이 과열되자 2021년 도입됐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그동안 전속 설계사 중심의 영업을 지속해온 삼성생명과 최근 GA 영업을 강화한 한화생명 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삼성생명이 그간 고수해온 영업 방식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생명의 수입보험료(초회 기준)는 3조9148억원이다. 한화생명이 거둔 5조5937억원에 비해 약 1조7000억원 뒤처진다. 지난해 10월 양사 간 차이가 없었음을 감안하면 연말 뒷심에서 밀렸음을 알 수 있다. 보험 종류별로는 생존보험과 사망보험에서 삼성생명이 앞섰으나 생사혼합보험에서 10배 가까운 차이로 한화생명에 밀렸다.
일각에선 오는 7월로 예정된 신규 연금상품 출시 전 '떨이 판매'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보험업감독규정 제7-60조(생명보험의 보험상품설계 등)의 규정변경을 예고했다. 기존보다 수령액을 높인 연금상품에 한해 중도환급률 규제를 완화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규정 변경을 앞두고 각사 내부적으로 저해지형 연금보험 등 신규 상품의 개발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상품별 한 해 판매해야 할 목표치가 있다"면서 "7월 신규 연금보험이 나오면 판매실적이 저조해지므로 그전에 저해지형 단기납 종신보험을 서둘러 판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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