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금리 감당 안돼’ KB라이프, 방카슈랑스 사실상 개점휴업
건전성 유지 위해 전략적 금리 하향 조정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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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15:15 | 최종 수정 2023.05.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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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알려졌다. 경쟁 보험사가 높은 금리를 제시한 탓이다. 이에 고금리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전략적으로 적용금리를 하향 조정, 건전성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의 1분기 방카슈랑스 매출(CMIP, 월환산보험료)은 약 8억원 수준으로 당초 목표액 55억원 15%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KB라이프의 연간 목표액은 약 600억원이며 이중 방카슈랑스 비중이 20% 정도를 차지한다.
방카슈랑스 매출이 극히 저조한 것은 경쟁사들이 5.0% 내외의 높은 금리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1월 5.9%의 저축보험을 팔았고, 흥국생명은 5.8%를 제시했다. 2월에는 한화생명·교보생명이 4.1%의 연금보험을 내놨다.
보험사가 이익을 내려면 적용금리 대비 최소 0.5%p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5.9%를 적용한다면 보험사는 최소 6.4% 이상의 자산운용수익을 내야 하는 것. 그러나 1분기 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3.4% 수준이다.
최근 방카슈랑스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5년만기 일시납 상품이 대부분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를 5년만기 상품 등에 매칭시켜 수익을 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는 주로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며, 적용 금래의 최소 0.5%p 이상의 수익을 내야 손실을 보지 않는다”며 “시중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이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적용한 회계기준은 들어온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차이로 이익을 계산하는 현금주의였다. 이에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면 순간 이익이 확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올해부터 새로운 기준(IFRS17)으로 회계가 변경되면서 수익을 인식하는 방식이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변경됐다. 실제 판매한 계약에서 얼마나 이익이 발생하는지를 측정, 이익을 계산한다.
KB라이프는 고금리 경쟁에 뛰어들면 오히려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는 후문이다. 적용한 금리보다 수익률이 낮을 것을 가정하면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게 된다. KB라이프는 적용한 금리 5.0%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에 판매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던 것.
KB라이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상품에 고금리를 적용하여 무리한 상품 경쟁을 지양한 것”이라며 “회사의 높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도록 차별화된 방카 상품들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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