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에 빠진 푸본현대생명]① “믿었던 퇴직연금마저” 안정된 수익은 ‘옛 말’

단기 차입 늘려 급한 불 껐지만…자산운용에 파열음

여지훈 승인 2023.05.04 09:41 | 최종 수정 2023.05.08 07:28 의견 0

[편집자주] 이재원 대표가 이끌고 있는 푸본현대생명이 암초에 부딪혔다. 퇴직연금·자산운용·보험영업 모두 침몰하고 있어서다. 뉴스포트는 푸본현대생명의 현 주소를 조명해본다.

◆기사 게재 순서
① “믿었던 퇴직연금마저…” 안정된 수익은 ‘옛 말’
② "6.6%로 끌어와 투자, 수익률은 4%"...역대급 이차손 낼 듯
③ “신계약 늘리려 GA에 막 퍼줘”...장기 수익성은 ‘불안’

푸본현대생명이 주력상품인 퇴직연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에서 대규모 환급금이 발생한 탓이다. 마이너스통장 격인 환매조건부채권(RP)을 활용해 급한 불을 껐지만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사진=푸본현대생명]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자산 규모는 9조3426억원을 기록, 전년인 2021년 10조1430억원 대비 8004억원 줄었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는 평가다.

통상 1년 단위로 계약하는 퇴직연금은 12월에 대규모 교체가 발생한다. 지난해 말 각 금융사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퇴직연금 유치에 나섰다. 특히 높은 금리를 제시한 곳은 키움증권(8.25%)과 다올투자증권(8.5%) 등이다.

푸본현대생명도 생명보험업계 최고 수준인 6.6%를 제시했다. 그럼에도 경쟁사로 갈아탄 퇴직연금 물량만 약 3조3300억원이다.

퇴직연금에 특화한 사업구조를 가진 푸본현대생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퇴직연금 규모가 급감하면 자산운용에 파열음이 발생한다. 퇴직연금으로 들어오는 돈은 1년 단위인 반면 자산운용은 길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투자했던 자산을 헐값에 처분해 현금을 마련, 퇴직연금 환급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

가령 퇴직연금으로 들어온 돈 1조원을 5년 만기 채권에 투자했다. 5년 만기를 채우기 전에 이 채권을 처분하면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중금리가 급등해 채권가격이 폭락했다. 즉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셈이다.

헐값 처분을 방어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도 만들었다. 유사시 유동성 대응을 위해 자기자본을 초과한 수준인 1조5000억원까지 RP 차입한도를 확대한 것.

RP는 발행자가 일정 기간 후 확정 금리를 적용해 되사는 조건으로 매도하는 채권이다. 대표적인 단기 자금조달 수단이다. 현재 급한 불은 끈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그러나 불씨는 남아 있다. 퇴직연금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 수입보험료는 2020년 3조692억원에서 2021년 2조8336억원, 2022년 2조3376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3년 새 7316억원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 매출(수입보험료)에서 퇴직연금 비중은 60.5%에서 53.0%로 주저앉았다.

업계 한 퇴직연금 전문가는 “지난해 말 푸본현대생명은 퇴직연금을 지키기 위해 6.6%라는 무리한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수성에 실패했다”며 “퇴직연금 규모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자산운용에도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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