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재원 대표가 이끌고 있는 푸본현대생명이 암초에 부딪혔다. 퇴직연금·자산운용·보험영업 모두 침몰하고 있어서다. 뉴스포트는 푸본현대생명의 현 주소를 조명해본다.
◆기사 게재 순서
① “믿었던 퇴직연금마저…” 안정된 수익은 ‘옛 말’
② "6.6%로 끌어와 투자, 수익률은 4%"...역대급 이차손 낼 듯
③ “신계약 늘리려 GA에 막 퍼줘”...장기 수익성은 ‘불안’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퇴직연금에서만 1000억원 이상의 이차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관측이다. 지난해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퇴직연금 규모 감소를 방어했지만, 투자상품 매칭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푸본현대생명은 퇴직연금 사업에 특화한 보험사다. 특히 현대차 계열사 퇴직연금 비중이 많다. 지난해 말 전체 자산 19조6656억원 중 47.5%가 퇴직연금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시점 퇴직연금 규모는 9조3426억원이다.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은 퇴직연금 자산 규모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6.6%의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덕분에 올해 1분기 기준 퇴직연금 보유계약액은 8조3252억원을 기록했다.
퇴직연금은 통상 1년 단위로 만기가 돌아오며, 12월에 몰려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퇴직연금 규모 감소를 잘 방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해 손바뀜이 있었던 퇴직연금 자산 중 1조1090억원이 대기성 자금(특별계정 일반계정미수금)으로 남았다.
문제는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 6.6%로 끌어온 빚(퇴직연금)을 굴려 투자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시중금리 하락으로 이차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AA- 등급 회사채(무보증 3년) 금리는 5.3%였다. 현재는 4.1%로 1.2%p 꺾였다. 금리가 하락추세를 그린다면 적정한 투자처를 찾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6.6%의 이자를 지급키로 약속하고 가져온 돈을 굴려 4.0% 내외의 수익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보험사는 채권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은 물론 부동산 등 대체투자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는 것.
실제 지난 2021년 초 대만 반도체 및 인쇄회로기판 관련 기업에 투자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외화유가증권 비중은 30.5%로 업계평균(11.6%)을 크게 웃돈다.
모그룹인 푸본금융그룹이 소재한 대만 상장주식에 대한 익스포저도 상당하다. 그만큼 안전자산 비중은 낮고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해 운용자산 수익률은 2.8%로 업계 평균(3.1%)보다도 낮았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푸본현대생명이 올해 2.0% 내외의 이차 역마진을 겪을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말 9조원의 퇴직연금 자산을 단순 적용하면 올해 1000억원 이상의 이차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손실이 커지면 그만큼 재무건전성은 악화된다. 푸본현대생명의 재무건전성은 지난 수년간 급속도로 악화했다.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구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2018년 298%에서 지난해 171%로 곤두박칠쳤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아래서 지급여력비율은 더 낮아질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퇴직연금 중심의 자산포트폴리오도 문제다. 통상 1년 단위로 계약하는 퇴직연금이 전체 부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다 보니 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짧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고금리 환경에서 부채 축소분이 자산 축소분보다 작아 자본이 감소하게 된다. 즉 자본 확충 필요성이 더 커지는 것.
만약 하반기 시중금리가 상승한다면 자본확충을 또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인 보험사와 달리 자산보다 부채 듀레이션이 짧기 때문에 가용자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26일 8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무보증 후순위채)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7.3%다. 이자비용 부담만도 상당하다. 오는 9월에는 39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예정됐다. 모두 가용자본 확보를 통한 재무건전성 제고가 목적이다. 하지만 추가 자본 확충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보험업계 한 회계 전문가는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은 이차 역마진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사가 주주지분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며 "자본 감소로 인한 자본확충 필요성이 더욱 커져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움직임에 따라 자본확충을 더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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