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체국보험은 보험업법 적용 'NO'...실손보험료 '3배 폭탄'

우체국, 보험업법 준용한다 해명...감독기관 달라 '제재 불가능'
손해율 줄이는 자구책 없어...소비자에 부실경영 책임 전가

여지훈 승인 2023.05.10 15:21 | 최종 수정 2023.05.10 15:28 의견 0

# 2013년 6월 우체국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A씨는 올해 갱신된 보험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험료가 5년만에 3만6950원에서 11만6340원으로 3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5년 갱신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연평균 25.8%씩 인상된 셈이다.

우체국이 보험업법에서 정한 실손보험 보험료 변동 상한폭인 25%를 초과 인상해 도마에 올랐다. 우체국보험은 금융당국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상품은 삼성화재 등 민간 보험사와 동일하다. 이에 보험업법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행 보험업감독규정 제7-63조(제3보험의 보험상품설계 등)에서는 실손보험 변동폭을 연 25% 이내로 제한했다. 아무리 보험료를 올려도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의미.

우체국보험은 이러한 규제 대상에서 예외다. 보험료 인상률이 25%를 초과해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우체국예금보험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 관리감독기관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다. 삼성화재 등 민간보험사와 다른 것이다.

[사진=우체국실손의료보험 고지서 갈무리]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보험이 공식적으로 금융당국 통제를 받진 않지만 금융위원회 정책 규제를 준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앞서 A씨와 유사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우체국보험이 금융당국 감독규정을 준수한다고는 하지만 법의 직접적 제재를 받는 민간 보험사와는 차이가 크다"며 "자발적 준수이므로 유사시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취해도 문제될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연령별로 달리 적용되는 인상률까지 고려하면 보험료 인상률이 25%를 초과한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인상률..."누적된 손해율 반영한 것"

금융당국 규제를 준수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평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보험 약관 변경 등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체국보험으로부터 규정 준수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뉴스포트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민간보험사도 실손보험 보험료를 25% 초과해 인상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예외적인 때에 국한된다. 재무건전성이 악화해 금융당국과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하거나 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경영개선요구‧경영개선명령)를 받는 경우 그렇다. 그동안 보험료를 덜 받아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라는 논리가 배경이다. 이에 보험료를 인상해 손해율을 줄이는 동시에 경영환경도 개선하라는 의미다.

우체국 실손보험도 과거 수년간 손해율 악화로 손실이 누적됐다. 우체국 실손보험 손해율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27%, 121%였다. 2018년과 2019년에는 140%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에야 107.2%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손실 구간이다.

손해율은 납입한 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의 비율이다. 100%를 넘긴다면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많다는 뜻이다. 보험사로서는 상품을 팔수록 손실이 확대되는 셈. 따라서 손해율 악화는 보험사가 보험료를 인상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우정사업본부는 누적된 손해율 악화가 이번 보험료 인상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보험료 인상을 자제해왔다"면서도 "악화하는 손실 부담으로 보험료 인상률이 과거 대비 상승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손해율 줄이기 위한 자구책 없어...소비자에 부실경영 책임 전가?

손해율 개선을 위한 우체국보험의 노력이 현장에서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체국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는 게 다수의 보험전문 변호사의 의견이다.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소비자 민원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보험전문 변호사는 "민간 보험사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는 부적절한 보험금 지급을 막기 위한 일환"이라며 "보험료의 과도한 인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체국보험에서 보험금 지급 소송이 발생한 사례는 희박하다"며 "그만큼 민간 보험사 수준의 손해율 개선 노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정부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 우체국보험을 민간 보험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해율 확대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더라도 민간 보험사만큼 치명적인 타격을 입진 않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 개선을 위한 충분한 노력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료만 과도하게 인상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는 방만 경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소비자에 전가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보험료 인상을 자제해왔다고는 하나 민간보험사보다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기록했다"며 "이는 오히려 취약계층의 보험혜택을 보장하기 위한 본연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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