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대주주 빅튜라에 대출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채무상환 능력 평가와 담보인정비율(LTV) 적정성 검토 등 핵심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금융감독원 지적이 나왔다. 특히 불과 몇 달 전 인수금융 투자 강화 방침을 세운 뒤 이를 번복하고 대출을 단행한 것이어서 대주주 지원을 둘러싼 불투명한 의사결정이 도마에 올랐다.
29일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해 10월 빅튜라에 중순위 대출을 집행하면서 채무상환 능력 평가와 투자한도 관리 등 핵심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2023년 7월 대출 과정에서도 빅튜라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고, LTV를 과도하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손보는 내부 규정상 인수금융 투자시 차주의 연도별 최소 누적 채무상환능력(DSCR)을 분석해야 하지만 이를 생략한 채 단순히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또 빅튜라의 상환 수단이 대환대출이나 매각으로 제한돼 있었음에도 상황별 매각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상환 방법을 ‘만기일시상환’으로만 기재하고 별도 검토 없이 대출을 집행하면서 채무상환 능력 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담보 확보가 미흡한 신용대출임에도 채권보전 효과가 중순위 대출과 동일하다고 판단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차 대출 당시 빅튜라가 보유한 회사 주식 약 1552만주(발행주식의 5%)만 담보로 설정했는데, 상법상 자기주식의 5%를 초과해 질권을 설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출금은 사실상 신용대출 형태로 집행됐다.
신용대출 채권자는 채무불이행시 선순위·중순위 담보대출 채권자가 먼저 담보권을 행사한 뒤 남은 담보물에 대해서만 처분할 수 있다. 여기에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담보가치가 충분하다며 중순위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채권보전 효과가 같다고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즉 ‘위험은 더 지고 담보는 덜 잡은’ 셈이라는 것이다.
투자 방침을 번복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롯데손보는 대체투자 손실이 이어지자 지난해 위험관리위원회에서 국내 인수금융 투자 한도를 설정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빅튜라 대출을 결정하면서 이를 초과해 투자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사실상 위험관리위원회의 역할이 무력화됐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LTV 역시 과도했다. 투자심사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대출 당시 LTV는 최대 94.3%, 2024년 대출은 99.6%에 달했다. 주가가 조금만 하락해도 담보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심사팀장은 과거 유사 사례를 근거로 “주가 하락이 곧 손실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긍정 의견을 냈다. 금감원은 이는 상장사 인수금융 투자 후 실제 담보권을 실행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일 뿐 담보권 행사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에 대해 “신용공여 등 투자를 진행할 때 채무상환 계획과 담보인정비율의 적정성 검토를 강화하고, 그 결과가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자산운용위원회를 충실히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자산운용위원회가 위험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넘어서는 판단을 내려 위험관리위원회의 기능이 형해화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이번에 지적된 내용은 경영유의사항으로 관리상 미비점에 대한 보완 요구”라며 “신용공여는 정상적 평가과정을 준수해 투자검토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규정과 프로세스를 준수해 투자의사결정이 진행됐으며 다른 투자자와 동일한 투자 조건에서 공정한 검토를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