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 판매)가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신계약 건수가 덩달아 증가했다. 금리 인하 전 고금리 저축성보험 수요가 몰린 데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ELS 판매가 중단된 영향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1050억원으로 전년 동기(685억원) 대비 53.3%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337억원에서 472억원으로 40.1%, 하나은행은 312억원에서 509억원으로 63.1% 각각 늘었다. 우리은행은 470억원에서 490억원으로 증가율이 소폭에 그쳤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연루 부실·부당대출과 영업점 횡령사고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영업 확대보다는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미지=챗GPT]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확대 배경은 두 가지로 꼽힌다.

우선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기 전 연금·저축성보험 수요가 집중됐다는 시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기준금리 3.50%에서 0.25%p 인하를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이런 금리 하락 국면에서 높은 확정금리를 적용하는 연금·저축성보험 수요가 은행 창구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도 방카슈랑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ELS 상품에서 2023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비이자이익 확보가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대안으로 방카슈랑스를 확대했다. 올해 2월 금융당국이 충분한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춘 거점 점포 내에서 ELS를 판매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했지만, ELS를 통한 수익 확보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보험사 실적에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됐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초회보험료는 8조2266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7조6023억원)보다 6243억원(8.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도 6870억원에서 1조251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이 변동하는 상품이다. 현재 방카슈랑스에서 판매되는 대표 상품으로는 변액연금·변액저축보험이 있다.

일각에서는 2021년 이후 4년여 만에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면서 증시 호조가 변액보험 수요를 자극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지수 급등 시점은 6월 초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였다. 이미 그 이전부터 방카슈랑스 실적이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전 저축성보험 판매와 ELS 판매 중단에 따른 은행권 방카슈랑스 강화가 더 설득력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전 마지막 고금리 확정금리 연금·저축성보험 판매가 집중되면서 방카슈랑스 실적이 늘었다”며 “은행권 ELS 판매 중단으로 비이자이익 보완이 필요했던 점도 방카슈랑스 강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