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의 양강 구도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두 오너계열 보험사 모두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과열 경쟁으로 인수가격이 높아질 경우 대규모 영업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본입찰이 내달 진행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사실상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의 맞대결로 좁혀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회사 모두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 이유로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초반 전망은 자금력이 풍부한 한화생명에 다소 우세했다. 하지만 태광그룹 오너 이호진 전 회장의 강한 인수 의지가 전해지면서 ‘오너 드라이브’를 앞세운 흥국생명이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태광그룹이 금융과 부동산 자산운용 역량을 동시에 확장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흥국생명이 이지스를 품에 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흥국생명은 최근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며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흥국생명빌딩을 계열사인 흥국코어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흥국코어리츠)에 7193억 원에 매각하고 이후 7년간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택했다. 시장에서는 이지스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했으나 흥국생명은 두 거래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가격은 약 8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양사의 경쟁이 심화될 경우 이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프리미엄’이다. 인수 과정에서 과도한 웃돈이 붙으면 회계상 무형자산인 영업권이 과대계상돼 향후 손상평가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 이후 회사 가치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부실자산이 드러날 경우 손실폭은 커질 수 있다.
한 관련업계 전문가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는 그룹 구조 전환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라며 “단순히 포트폴리오 확장이 아니라 보험·운용·리츠가 연계되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지스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 중 해외 부동산 부실이 적지 않은데다 회사 자본으로 자체 투자한 부분도 있다”며 “인수가격이 과열되면 영업권 손상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운용사 인수 후 평판 리스크로 운용수익이 줄면 미래 현금흐름이 감소해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과거 교보그룹 역시 운용사 인수 직후 운용역 이탈로 보유 물량이 빠져나가며 일부 손실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내 최대 부동산 특화 운용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지스는 상업용 오피스, 물류, 리테일, 인프라 등 전통자산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등 뉴이코노미 분야에도 투자하며 아시아와 글로벌 시장으로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한 IB업계 전문가는 “자산운용사 인수는 밸류에이션 특성상 늘 고평가 논란이 따른다”며 “전문 분야에 특화된 운용사의 경우 매물 자체가 귀해 밸류에이션이 낮으면 오히려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자산가치 수준에서 운용사를 인수할 수 있다면 그건 오히려 해당 회사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