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안한 건전성으로 금융당국의 특별감사까지 받았지만 불과 수년만에 업계 최고 수준까지 건전성이 좋아진 것이 배경이다.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구축한 리스크 관리 체계와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반면 경쟁 생보사는 시중금리 하락 여파로 건전성이 급락하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올 상반기 킥스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430%를 기록했다. 킥스 도입 원년인 2023년 말(383%)보다 무려 50%p가량 높아진 수치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도 258%를 기록하며 금융당국 권고치(130%)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요 생보사들의 킥스비율(2025년 상반기는 잠정치 포함)은 삼성생명(219%→187%), 한화생명(184%→161%), 신한라이프(251%→197%), KB라이프(330%→242%), 미래에셋생명(211%→185%), 동양생명(193%→175%) 등 일제히 하락했다. 생보업계 전반이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농협생명만 홀로 개선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대부분 보험사가 어려움을 겪는 주요 원인으로 시중금리 하락이 꼽힌다. 통상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긴 구조를 갖는데, 금리가 내려가면 자산과 부채 평가액이 모두 상승하더라도 부채 증가폭이 더 커 킥스비율이 낮아진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023년 말 3.18%에서 올 상반기 2.80%까지 하락하며 보험사의 킥스비율을 끌어내렸다.
농협생명은 듀레이션 갭을 플러스(+)이자 1 미만으로 꾸준히 관리해 금리 하락 국면에서 오히려 자산 가치가 더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듀레이션 갭은 자산 듀레이션에서 부채 듀레이션을 뺀 값이다. 갭이 마이너스면 금리 하락시 부채 평가액이 자산보다 더 크게 증가해 가용 자본이 줄고 자본적정성이 악화된다. 올 상반기 농협생명의 듀레이션 갭은 0.76으로, 가용자본이 확대돼 자본적정성이 오히려 개선됐다.
지난 2022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농협생명은 구지급여력제도(RBC) 건전성 비율이 한때 107%까지 떨어지며 자본잠식 수준에 몰렸고, 금융당국 특별감사까지 받았다.
이 충격을 계기로 경영진은 자본 확충과 자산 재분류, 자산부채종합관리(ALM)시스템과 킥스전망시스템 구축 등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에 나섰다. 결산 결과를 즉시 리스크 관리에 반영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또 의사결정 속도와 정확성을 높였다.
리스크 전담 조직 확대와 보수적 자산운용 정책도 함께 추진했다. 킥스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관리 목표를 설정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위험 투자를 제한해 안정성을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이 지급여력비율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농협생명의 상품 포트폴리오 특성 역시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협생명은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로 독립법인으로 출범하기 전까지 전국 4000개 이상의 농·축협 네트워크를 통해 저축성보험을 주로 판매해왔다. 당시 판매된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보다 만기가 짧아 부채 듀레이션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이 구조 덕분에 금리 하락기에 자산 증가폭이 부채를 웃돌아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됐다.
현재는 종신보험 등 보장성상품 판매를 늘려 듀레이션 균형을 맞추며, 향후 금리 상승기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평가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과거 건전성 지표가 권고치를 밑돌았던 경험을 교훈 삼아 리스크 관리 강화에 집중해왔다”며 “시스템과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가 수치로 확인된 만큼 앞으로도 듀레이션 갭을 1 미만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장성보험 비중이 현재 건수 기준 60~70%에 달해 금리 상승시에도 킥스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