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현대해상 신임 대표가 취임 직후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회사의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확대되며 자산부채종합관리(ALM)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자산 측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보험부채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현대해상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1분기 기준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은 마이너스 3.77년으로, 지난해 말(-2.55년)보다 더 확대됐다. 이미 지난해 내내 -2년을 초과했지만, 올해 들어 격차가 심화됐다. 주요 대형사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미지=현대해상]

듀레이션 갭은 자산 듀레이션에서 부채 듀레이션을 뺀 값이다. 갭이 마이너스면 금리 하락시 부채 평가액이 자산보다 더 크게 증가해 가용 자본이 줄고 자본적정성이 악화된다. 절대값이 클수록 금리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커진다.

한 보험회계 전문가는 “듀레이션 갭이 2년만 넘어도 ALM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3년 이상 벌어진 상황은 사실상 자산과 부채를 따로 관리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중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보험리스크 전문가도 “대형사 대부분이 듀레이션 갭을 1년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3년 이상이면 대형사 중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산 듀레이션 조정만으로는 갭 축소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공동재보험 등을 통해 부채 듀레이션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할인율 현실화 방안도 현대해상에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당국은 보험부채 평가시 적용하는 할인율을 실제 경제 여건과 시장금리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고 있다. 장기선도금리(LTFR)는 지난해 4.55%에서 올해 4.30%로 0.25%포인트 인하됐고, 당분간 매년 0.25%포인트씩 낮춰갈 방침이다. 최종관찰만기는 오는 2027년까지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LTFR 하락은 초장기 구간 할인율을 낮추고, 최종관찰만기 확대는 통상 더 낮은 시장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구간을 넓히는 효과를 낳는다. 두 변화 모두 보험부채 평가액을 늘리는 요인이다.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기준 할인율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금융자산은 3조6000억원, 보험부채는 4조6687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듀레이션 갭이 확대된 것은 당사의 장기보험 비중이 높은 데 따른 것”이라며 “갭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동재보험은 보험료가 예상보다 높아 현재로선 구체적인 도입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