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험대리점협회(GA협회)가 추진해 온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보험개혁회의를 마무리하며 향후 3개월간 정책연구 용역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총 일곱 차례에 걸친 보험개혁회의를 지난달 마무리하며 총 74개 개선 과제를 발표했다. 다만 그간 GA협회가 추진해 온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에 대해선 결론을 유보했다. 당국은 추가 검토를 위해 3개월 간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미지=보험GA협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과 관련해 실무 협의 과정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GA협회에 구체적인 대안을 요청했지만 보험업계와 당국을 설득할 만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절차에 따라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GA협회는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보험계약 관리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심포지엄 개최, 정책 연구 용역 준비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앞서 GA협회가 제안한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안에는 1차 손해배상 책임을 비롯해 보험금 지급 청구 접수, 소액보험금 지급 대행, 고객 정보 접근권, 계약관리비용 협상권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당국과 보험업계는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된다는 건 사실상 '판매 전문 보험사'가 된다는 의미"라며 "보험사 인허가 조건에 걸맞는 수준의 자본금과 내부통제 시스템은 물론 보험업법 개정 등 법적인 절차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특정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상 책임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현행 법체계에서도 부여할 수 있다"며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어떤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GA와 보험판매전문회사의 차별성이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평했다.

GA업계 내부에서도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복수의 GA 관계자는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도입되더라도 초대형 GA를 제외하면 해당 사항이 없다"면서 "중소형 GA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추진할 만한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난항에도 GA협회는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지속해서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GA협회 관계자는 "보험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 등 당국이 직면한 과제가 많아 우선 사항에서 밀린 건 사실"이라면서도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GA협회는 포럼 등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왔다"면서 "이를 당국과 보험업계가 수용하지 않은 건 사실상 추진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