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응급의료 상황에서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시간으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의미한다.
현재 매각 관련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MG손보는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MG손보 가입자·설계사·노동조합 그리고 금융당국과 혹시 계약을 이전 받을지 모를 빅5 손보사 모두 각각의 입장을 내세우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감액이전이 아니면 정말 청·파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 경민대학교 국제교육원 교수
가입자: 동일 조건 계약이전
가입자는 기존 보장 내용과 동일하게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MG손보를 믿고 착실히 보험료를 납입한 피해자라는 부분을 강조한다.
문제는 해당 계약 상당수가 손실계약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주요 손보사들과 수차례 접촉, 분할방식 계약이전까지 논의했다. 하지만 해당 손보사들은 손실계약의 부담을 억지로 떠안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설계사: 계약이전 아닌 재매각
MG손보 상품을 주로 판매한 설계사는 가입자와 또 다른 입장이다. 기존 계약이 빅5 손보사로 계약이전 되면 해당 계약은 잔여수수료를 보전받을 수 없게 된다. 즉 힘들게 판매한 상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 특히 MG손보 전속설계사는 강제 해촉이 되며, 이직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200여명의 MG손보 전속설계사가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재매각을 강력히 초구한 것이다.
빅5 손보사: 부실계약 이전 거절
현 회계(IFRS17)는 발생주의다.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 손실계약인지 이익계약인지 파악한다. 업계는 MG손보의 계약 중 상당 비중이 손실계약으로 보고 있다. MG손보의 계약을 이전할 때 어느 정도 손실계약인지 분석해야 한다. 이 분석 과정에 대한 실사가 필요하다. 빅5 손보사가 모두 매각과 비슷한 수준의 실사를 진행해야 한다.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계약을 이전 받는 보험사는 MG손보의 계약을 자사의 전산에 통합해야 한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으며 비용이 발생한다.
아울러 자사의 계약과 MG손보 계약이 다를 수밖에 없다. 동일한 보장을 담보한 상품의 보험료가 이전받은 보험사와 다를 수 있다. 가령 동일한 보장임에도 삼성화재 상품과 MG손보 상품의 보험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 가입자의 형평성 논란이 우려된다.
예금보험공사: 공적자금 투입 예측 불가
계약이전이든 청·파산이든 혹은 재매각이 다시 추진되든 공적자금은 공짜가 아니다. 이 공적자금은 MG손보가 전부 부담한 것도, 빅5 손보가 부담한 것도 아니다. 국민 대다수의 세금이 들어간 자금이다.
실적 부재로 인해 투입되는 공적자금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 또 특정 보험사의 부실을 단지 자산규모가 큰 상위 보험사라는 이유만으로 떠 안고 공적자금을 지급하는 것도 합리적이라 할 수는 없다.
참고로 MG손보는 지난 2024년 14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인 2023년 대비 적자는 596억원 증가했다. 자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마이너스(-) 184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금융당국: 2001년 국제화재부터 부실 경고
MG손보의 부실에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의 한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간 위기 때마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계약이전과 매각을 성사시켰다.
MG손보의 부실은 단기간에 발생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부실기관으로 지정은 2001년 2월 국제화재, 2012년 5월 그린손보, 2022년 4월 MG손보로 이전을 거듭하며 총 3번에 걸쳐 진행했다. 자립하지 못하고 현재 상황을 만든 건 MG손보다.
노동조합: 고용승계만 요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메리츠화재의 실사 방해는 MG손보의 부당 행위로 보일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노동조합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MG손보 노조는 가입자 보호보다 고용안정이 더 우선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수 있다. 노조는 완전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실사를 막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향후 감액이전이 결정, 빅5 손보사가 다시 실사할 때 MG손보 노조의 도움 없이는 다시 한번 난항에 부딪힐 수 있다.
모두 만족할 수 없어...한발씩 양보해야
보험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감액하지 않고 기존 계약을 그대로 이전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이해당사자 모두 입장이 다르다. 이에 새로운 길을 가보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23년 한국개발연구원(KDI)·공적자금관리위원회·국제통화기금 등 다수의 기구가 손실부담형 정리제도를 제안했다. 은행이 예금자보호법을 따르는 것처럼 보험도 계약을 지켜야 한다는 부분에는 공감한다. 다만 은행도 예보법에 따라 원리금 5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보호받지 못한다. 보험 가입자도 감액이전으로 일부 손실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만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11년 삼화저축은행 파산시 개산지급금(파산배당금)으로 5000만원 초과 금액의 34%를 추가로 지급했다. 개산지급금은 예보법 제35조에 따른 것이며 2010년 처음 시행됐다. 금융당국이 고심하고 있는 감액이전도 개산지급금처럼 가입자의 일방적인 손실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MG손보의 부실 이슈는 매각을 지나 청·파산까지 거론되고 있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골든타임을 넘긴 환자는 완치가 된다고 해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MG손보 매각과 관련, 가입자·설계사·빅5 대형손보사·예금보험공사·금융당국 그리고 MG손보 노동조합 등 이해 당사자는 치킨게임을 멈추고 새로운 방법을 논의하는 게 현명한 방법으로 보인다.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 경민대학교 국제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