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망탈퇴 특약 관련 감독규정이 생명보험업계에 별다른 설명도 없이 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보험사는 개정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규정 위반을 논하기에 앞서 명확한 기준 확립이 설결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사망특약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망탈퇴 특약 관련 보험업감독규정이 과거 별다른 사유도 없이 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통상 규정 개정이 이뤄지면 그 취지와 배경 등에 대한 설명을 하기 마련"이라며 "금융당국이 생보업계에 별다른 설명 없이 해당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상품 신고수리 과정도 원활히 진행돼 일선 보험사들로선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사망탈퇴 특약의 보험업감독규정 위반 여부를 점검하면서 논란이 일자 생보협회는 지난 26일 사망탈퇴 특약 관련 입장을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관련기사: 금융당국 '사망탈퇴' 조사에 생보업계 반발...손보사 로비설까지]

[이미지=보험업감독규정 개정 전(위)과 개정 후(아래)]

사망탈퇴 특약은 사망을 보장하지 않는 특약으로, 보험기간 중 가입자가 사망하면 적립금 지급 없이 계약이 소멸되는 상품이다. 가령 암진단금 특약 가입자가 암 진단 전에 사망하면 적립금 없이 계약이 소멸되는 방식이다. 그간 생보사들은 적립금을 미지급하는 대신 보험료를 낮춘 사망탈퇴 특약을 판매해왔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 제7-63조(제3보험의 보험상품설계 등)에서는 보험사가 제3보험 상품 설계시 "약관상 보장하지 않는 원인으로 사망시 계약자적립액과 미경과보험료 등을 지급하고 계약이 소멸하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3보험 개념이 도입되면서 관련 규정이 신설된 것은 지난 2003년. 당시 보험업감독규정이 전면 개정되면서 제3보험 상품설계시 "약관상 보장하지 않는 원인으로 사망시 책임준비금을 지급하고 계약이 소멸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즉 당시만 해도 단정적인 문구가 아니었다. 보장하지 않는 원인으로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적립금 지급 없이 계약을 소멸시키는 경우도 허용한 셈이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제3보험을 공통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사망률을 반영하는 생보사와 그렇지 않은 손보사의 차이를 고려한 조치였다.

이 규정은 지난 2011년 감독규정 개정 과정에서 변경됐다. 기존 "소멸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문구는 현행 규정상의 "소멸하도록 설계할 것"으로 바뀌었다. 생보업계는 개정 취지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사망퇴출 특약의 감독규정 위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제3보험과 관계에 대해 명확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그레이존'인 제3보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탓에 발생한 해프닝"이라며 "기존 규정 제정 취지를 고려해 사망탈퇴 특약과 제3보험 간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부터 선결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란 일각의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자살보험금 사태는 지난 2010년대 중반 약관상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에 관한 해석 차이로 인해 보험사와 가입자 간 발생한 논란이다. 이후 2016년 대법원 판결과 금융당국의 조치로 보험사들이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했고, 이후 약관이 개정됐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이번 이슈는 설령 감독규정 위반으로 판정되더라도 소비자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약관에 적립금 지급 없이 계약이 소멸된다고 명시했다면 개별 약정 우선 원칙에 따라 약관이 감독규정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인 27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망탈퇴 특약의 계약자 적립금 미지급 논란과 관련해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 합리적 설계인지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제재적 관점보다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보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