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영향 해약환급금준비금 축소 논의, 업계 분주 vs 당국 느긋
업계, 당기순이익, 법인세 영향 "대응책 검토"
금융위 "연내 검토...시간적 여유 있다"
기재부 "아직 논의 참여도 안 해"
여지훈
승인
2024.07.03 16:29 | 최종 수정 2024.07.0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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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당기순이익에 수천억원 영향을 미칠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 축소 방안이 연말에야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세법상 손금산입을 허용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의 법인세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세당국도 민감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시간 여유가 많다며 느긋하다는 입장이다.
3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본격화된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 축소 방안에 대한 논의가 금융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연내 중으로 검토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논의가 진행된 것이 없다고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논의를 수개월 째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여유가 있어 여러 방면으로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구체적으로 가닥이 잡힌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과세당국은 금융위 결정이 나기까지 한 발 떨어져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있어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껏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않아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험업법이나 감독규정 등에서 법인세 관련 변경 사항이 있으면 기재부로선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세수확보를 위해 과세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집행부서인 국세청은 제도 개정에 대해 주도적으로 검토하지 못한다"면서 "기재부 주관의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내긴 하겠지만 지금껏 논의에 참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및 과세당국과 달리 보험사는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국 결정에 따라가야 하는 만큼 준비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의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를 줄일 경우 이익이 늘어나면서 법인세가 급증할 수 있다"면서 "현재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많이 축적된 보험사를 중심으로 각사가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준비금 규모를 줄이는 개선안이 나오더라도 각사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 통일된 합의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과거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됐지만 지금은 각사 개별적으로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할 해약환급금의 부족에 대비해 이익잉여금 내 신설한 계정과목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부채가 시가로 평가되면서 보험부채가 감독규정상 해약환급금과 미경과보험료의 합계액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적립하도록 한 것이다.
당국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을 회사가 배당 등으로 임의 유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동시에 세법상으론 손금산입을 허용했다. 이에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를 줄이면 세전이익이 늘어나면서 법인세가 많아지게 된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역대 최대 이익을 경신했음에도 법인세 규모가 적게 책정되자 과세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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