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 번복 논란]① 실효된 계약이지만 보장은 됩니다...DGB생명, 모순 주장

DGB생명 "실효와 해지는 달라" vs 업계 "앞뒤 맞지 않는 궤변"

여지훈 승인 2024.03.04 14:33 | 최종 수정 2024.03.04 14:35 의견 0

◆기사 게재 순서

①실효된 계약이지만 보장은 됩니다...DGB생명, 모순 주장
②DGB생명, 기초서류 준수의무 위반?...중요내용 안내 없어
③실효 후 보장 '안 돼→돼'...DGB생명, 1년만에 안내 뒤집어

"해당 보험계약은 실효(失效) 되었지만 해지(解止)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장은 당분간 지속됩니다."

DGB생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을 안내해 논란이다. 실효와 해지가 사실상 같은 의미임에도 이를 다르다고 주장한 것이 배경이다. 본사 상품의 오류를 축소하기 위한 억지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4일 뉴스포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DGB생명의 마음든든유니버설종신보험(든든종신보험)에 가입한 A씨는 최근 보험계약이 실효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보험료 연체로 납입최고(독촉)에도 보험료가 미납됐기 때문이다.

DGB생명은 계약은 실효되었지만 예정적립금에서 보험료를 차감할 수 있는 기간 동안에는 최저사망보험금이 보장된다고 덧붙여 안내했다.

A씨는 보험이 실효되었음에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상담원의 안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실효는 보험계약의 효력을 잃는 것이다. 해지는 계약의 법률관계가 끝나는 것이다. 이에 보험 가입설명서 등에서는 실효와 해지를 사실상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이미지=DGB생명]

해당 상품 약관에는 납입최고시 보험료를 미납했더라도 예정적립금이 남아 있다면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예정적립금마저 고갈돼 최저사망보험금 보증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야 계약이 해지된다. DGB생명은 예정적립금이 남아 있으므로 A씨의 계약이 해지되진 않았지만 실효됐다고 주장한다.

현재 A씨의 계약은 최저사망보험금 보증 외에 다른 기능은 효력이 상실된 상태다. 유니버설 기능은 물론 주계약의 기본보험료 납입면제 기능도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 A씨가 거듭 민원을 제기했지만 DGB생명은 "계약이 해지된 게 아니라 실효된 것"이라며 "약관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업계에선 DGB생명 측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계약의 효력이 상실됐다는 측면에선 실효와 해지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보험사 가입설계서 등에서도 실효와 해지를 겸해 쓰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해지(실효)'로 표기되는 식이다.

복수의 보험사 관계자는 "실효란 보험계약의 모든 효력이 상실됐다는 뜻으로 사실상 해지와 같다"며 "단 하나의 기능이라도 유지된다면 계약을 실효처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효 후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라며 "전문가조차 생소한 내용을 일반 소비자에게 제대로 안내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해지가 된 것이 아니라면 보험계약의 내용을 전부 보장해야 한다"며 "전부 보장을 선심 쓰듯 최소한의 보장만 남긴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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