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500만원의 두배 보장”...메리츠화재에 손보사 볼멘소리

운전자보험 변호사비용 특약 업셀링 전략
손보업계 판매경쟁 과열 우려...금감원 “모니터링 강화”

김승동 승인 2023.02.01 13:35 의견 0

운전자보험 ‘자동차사고 변호사선임비’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 DB손해보험의 독점적 판매기간이 만료되자 경쟁 손해보험사들이 동일 상품을 한꺼번에 출시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경미사고에도 변호사선임비를 경쟁사의 두 배인 1000만원 보장, 업계의 볼멘소리가 거세다. 금감원

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하나손보, MG손보 등 손보사들이 일제히 운전자보험 특약 중 하나인 변호사선임비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예고했다.

이 특약은 타인 사망이나 12대 중과실 위반으로 교통사고 가해자가 됐을 때 경찰조사(불송치) 단계부터 변호사선임비를 보장한다. 12대 중과실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횡단보도 사고 △어린이보호구역 위반 등이다.


기존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보장 조건은 ①피보험자의 구속 ②검찰에 의한 공소제기 ③검찰이 약식기소 했으나 법원이 재판으로 진행하는 등 3가지였다.

DB손보는 여기에 ④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해 1심판결이 선고 ⑤피보험자가 경찰조사 후 불송치 ⑥검찰에 의해 약식기소 또는 불기소 된 경우 등 3가지 조건을 추가, 변호사선임비 보장 범위를 확대해 지난해 11월 3개월 독점적 판매권을 획득했다.

DB손보의 독점적 판매권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경쟁 손보사들이 비슷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 메리츠화재는 경미사고(부상등급 8~14급)에도 변호사선임비를 최대 1000만원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다. 경쟁사의 보장금액 500만원에 두 배에 해당한다. 이에 손보업계의 볼멘소리가 거세다. 운전자보험으로 애꿎은 변호사만 돈을 벌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검찰의 약식기소로 재판이 진행될 경우 변호사를 선임하는 비용은 통상 300만원 이내다. 하지만 변호사선임비 특약 가입자가 12대 중과실 등으로 고의사고를 유발, 변호사를 선임한다. 이때 변호사와 짜고 1000만원의 선임비를 지급한다. 이후 변호사에게 1000만원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병원에 갔을 때 실손의료보험 가입 유무를 묻고 고의로 치료비를 부풀리는 것과 같다. 치료비가 100만원이라면 병원에서는 120만원의 치료비 영수증을 만든다. 이후 실손보험을 청구하면, 환자는 자기부담금 없이 치료를 받는 방식이다.

뒷돈이 거래되지는 않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전자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변호사선임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DB손보 가입자는 500만원에 선임하지만, 메리츠화재 가입자는 1000만원을 지급해야 변호해주겠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선임비가 상향 조정 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아직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보장한도를 낮추라고 권고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의 자정노력이 절실하다”며 “운전자보험 가입 유무에 따라 합의금이 달라지는 것처럼 변호사선임비도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메리츠화재 운전자보험 가입하라고 권하는 마케팅이 진행될 것”이라며 “불법 승환계약을 진행하면 보험설계사도 가입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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