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생명, 1조2500억 벌고도 배당은 못해...‘재무건전성 악화 탓’
대형 생보사 최초 재무건전성준비금 추가적립...건전성 빨간불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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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16:57 | 최종 수정 2022.02.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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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이 올해 배당을 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년 대비 약 500% 성장,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조2492억원을 기록했지만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된 탓이다. 한화생명은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채권을 재분류하고, 7억5000만 달러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분주했다. 그러나 발등의 불을 끄지는 못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2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재무건전성준비금 적립기준’을 발표했다. 이 준비금은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제도 강화로 증가하는 부채를 이익잉여금 내 법정준비금으로 적립하기 위해 도입했다.
LAT란 보험계약으로부터 발생할 미래 현금유입과 유출액을 현재 가치로 바꿔 책임준비금이 적정한 지를 따지는 제도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LAT를 평가하기 위한 할인율도 상승하며, 할인율 상승시 보험부채의 현재가치 평가액은 하락한다. 현재 회계기준에서 LAT추가적립액은 당기비용으로 처리한다. 이에 금리변화에 당기손익이 급변할 수 있다.
금융위는 당기손익이 금리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LAT에 의한 책임준비금이 감소할 경우를 대비해 ‘재무건전성준비금’을 도입했다. 최근 재무건전성준비금 적립기준을 고시하면서 추가적립액이 당해 회계연도(2021년) 이전에 적립한 금액보다 감소할 경우 감소한 추가적립액을 재무건전성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LAT적립액이 1조원이었는데, 2021년 결산 시점에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적립액이 9000억원으로 감소했다면 추가로 1000억원을 재무건전성준비금으로 더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추가로 쌓기 위한 재원은 이익잉여금에서 적립한다.
즉 시중금리 상승폭이 클수록 재무건전성준비금 추가적립액이 증가하며, 이익잉여금이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재무건전성준비금 추가적립액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유보되는 동시에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연결 기준 1조2492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2020년) 2082억원에서 499.8% 이익이 늘었다. 하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배당은커녕 주가상승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는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 낮은 건전성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건전성기준인 RBC(지급여력비율)를 유지하기 위해 채권계정을 재분류했다. 매도가능채권을 만기보유채권으로 옮긴 것. 또 7억5000만 달러 규모로 후순위채도 발행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향후 건전성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RBC는 IFRS17이 도입되면 의미가 없어진다. 아울러 대규모 후순위채를 도입을 통해 급한불은 껐지만, 감당해야 할 이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한화생명은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었지만, 배당도 없고 주가상승 가능성도 낮아 주주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큰 폭의 이익 상승은 자산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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